최근 K패션은 K팝, K드라마에 이은 K콘텐츠 열풍을 이어나갈 차기 주자로 꼽힌다. 해외 시장에서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수출 사업에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다. 그 시작은 '당연히' 아시아 패션의 중심지 일본이다. K패션은 또다른 BTS가 될 수있을까.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를 꿈꾸는 K패션 플랫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편집자 주]
롯데면세점과 무신사는 일본에 K패션을 알리기 위해 맞손을 잡았다. 지난 10월 리뉴얼 개장한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에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서면서다.
면세와 패션의 만남
두 회사가 도쿄에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로 한 것은 일본에서 K패션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직접 상품을 확인하고 시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무신사는 동경긴자점 무신사 매장 오픈을 위해 1년간 협의를 진행했다.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 내 무신사 매장은 사후면세점(택스프리)인 8층에 78평 규모로 들어섰다.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8층은 패션, 잡화 등을 판매하는 사후면세점, 9층은 화장품·향수와 주류를 판매하는 사전면세점(듀티프리)로 이원화 했다. 무신사가 들어선 8층은 사후면세점으로 출국 예정이 없어도 누구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의 무신사를 방문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의 고객은 일본인과 중국인이 각각 5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무신사 방문 고객은 일본인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 무신사에는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긴자라는 지역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선보인다. 긴자는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일본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지역이다. 많은 회사가 밀집해 있는 오피스 지역이기도 하다. 그로브, 글로니, 기준 등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브랜드 14곳이 입점했다. 이 중 스탠드오일, 제너럴아이디어 등이 특히 인기다.
미우라 코헤이 롯데면세점 영업전략부 MD과 매니저는 "평소에는 2030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며 "일본에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는 문화가 있어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도 많이 방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김현주 무신사재팬 매니저는 "오픈 행사 당일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했는데 상품이 보기 편하게 진열돼 있고 직접 시착해볼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현진 롯데면세점 영업전략부 MD과 매니저는 "보통 아이템 한 개를 구매하기보다는 한번에 여러 개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객단가는 약 3만엔 수준"이라고 말했다.
K패션 전도사
롯데면세점과 무신사는 각자의 플랫폼으로도 K패션을 해외에 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 면세업계 최초로 패션 B2B 플랫폼 '카츠(KATZ)'를 오픈하고 일본 동경긴자점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다. 이 플랫폼은 한국 패션 브랜드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100여개 브랜드가 카츠에 입점해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 패션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해왔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함께 동경긴자점에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운영했고, 올해 초에도 국제패션박람회 '코테리뉴욕'에 참가해 한국 패션 브랜드 수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무신사는 2022년 오픈한 글로벌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 글로벌' 등을 통해 일찌감치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2021년 현지법인 무신사 재팬(Musinsa Japan)을 세웠다. 무신사 재팬은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총판 사업을 주로 한다. 또 매년 봄·여름(SS)과 가을·겨울(FW) 시즌에 맞춰 두 차례씩 쇼룸도 운영한다. 지난해부터는 대형 팝업스토어를 통해 일본 현지 고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조조와 MOU를 체결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조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일본 내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무신사는 이번 롯데면세점 입점 매장 외에 자체 상설 오프라인 매장 오픈도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를 통해 성장한 다양한 한국 브랜드를 일본 고객에게 직접 선보이기 위해서다. 지난 9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성수@대림창고'와 같은 형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