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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다"던 대명소노그룹, 티웨이 지분 또 사들인 이유

  • 2024.08.05(월) 07:10

2011년 티웨이항공 인수 도전했으나 실패
최근 지분 24% 획득하며 2대 주주 올라
해외 리조트 늘리며 항공과 시너지 노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최대주주와의 격차를 5% 미만으로 좁혔다. 대명소노그룹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항공업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항공업은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일찌감치부터 신사업으로 눈독을 들였던 영역이다.

지분 24% 획득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달 5일 티웨이항공 지분 14.90%(3209만1467주)를 더블유밸류업으로부터 1056억원에 사들였다. 더블유밸류업은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양수도 이전 지분율 26.77%)로,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다. 당시 이 지분 양수도 계약에는 더블유밸류업의 잔여 지분 11.87%를 오는 9월 말까지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이어 대명소노그룹은 이달 이 콜옵션을 행사해 추가 지분을 획득했다. 대명소노시즌은 지난 1일 티웨이항공 지분 2153만7898주(10.0%)를 더블유밸류업으로부터 709억원에 사들였다. 대명소노시즌은 침구 렌탈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명소노그룹의 계열사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대명소노그룹은 단숨에 티웨이항공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소노인터내셔널과 대명소노시즌을 합친 대명소노그룹의 지분율은 총 24.90%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28.02%), 예림당(1.72%)의 지분 합계와 불과 4.8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치다. 예림당은 티웨이홀딩스의 지분 39.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명소노그룹이 오랜 시간 항공업 진출을 모색해온 만큼 티웨이항공 경영권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의 현재 주가보다 약 20%의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사들인 것도 경영권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명소노그룹은 "경영권 확보 등 본격적인 항공사업으로의 진출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14년 숙원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명소노그룹 오너 2세 서준혁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티웨이항공 인수에 도전하면서다.

서 회장은 그해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신사업을 진두지휘 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 회장이 주목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항공업이었다. 리조트사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명소노그룹은 2010년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국내 영업권을 획득해 항공업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대명소노그룹은 2011년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과 대명소노그룹의 눈높이가 달라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티웨이항공의 새 주인은 이듬해 예림당으로 결정됐다. 예림당은 2012년 자회사 포켓게임즈(현 티웨이홀딩스)와 티웨이항공 지분 82.8%를 50억원에 취득해 티웨이항공의 주인이 됐다.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델피노. / 사진=대명소노그룹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을 놓친 후에도 항공업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대명소노그룹은 2015년 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항공의 한국총판을 맡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까지 국내에서 알리탈리아를 대리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아예 저가항공사(LCC)를 직접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티웨이항공을 통해 다시 항공업에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예림당이 올해 초 지분을 확대할 기회를 포기하면서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2021년 4월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부터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 받았다. 이때 JKL파트너스는 티웨이항공 전환우선주(CPS) 3184만7134주를 받았다. JKL파트너스는 이 CPS 중 70%를 지난해 2월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어 남은 30%는 올해 2월 보통주로 전환했다. 그런데 주주간 계약에 포함됐던 콜옵션을 예림당이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명소노그룹에게 기회가 됐다. 예림당은 JKL이 보유한 티웨이항공 CPS 중 30% 범위 내에서 매수할 권리를 갖고 있었으나 올해 이를 최종 포기했다. 추가 지분을 획득할 자금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 2대 주주에 올라 엑시트를 시작했고 대명소노그룹이 이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해외 진출 본격화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유럽 등으로 장거리 노선 운행을 시작한 만큼 대명소노그룹의 해외 사업장과 연계한 상품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명소노그룹은 2019년 대명호텔앤리조트의 사명을 소노호텔앤리조트(현 소노인터내셔널)로 바꾸면서 "해외 체인 사업장 500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위탁 경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였다. 위탁 경영은 건물 소유주는 따로 있고, 호텔 경영 노하우를 가진 호텔기업들이 운영을 맡는 것을 말한다. 호텔기업은 브랜드 로열티와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메리어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리조트 체인들의 사업 방식이다. 

비발디파크 내 소노빌리지. / 사진=대명소노그룹

실제로 대명소노그룹은 2020년 현대건설이 운영하던 베트남 '송지아리조트(현 소노벨 하이퐁)'의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2022년 5월에는 미국 워싱턴DC의 '노르망디호텔'을, 2023년 1월에는 뉴욕의 '33 시포트 호텔 뉴욕'을 인수했다. 올해도 3월 프랑스 파리의 '호텔 담 데 자르 파리', 4월 미국 하와이의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사들였다. 대명소노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기업 30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대명소노그룹은 현재 국내 사업장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비스 앰배서더 해운대'를 인수해 리모델링한 '소노문 해운대'를 열었다. 내년에는 '쏠비치 남해', 2028년에는 충청남도 원산도 관광단지 신규 리조트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준혁 회장이 지난해 회장에 취임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관심을 더 드러내고 있다"며 "항공업에 대한 서 회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티웨이항공의 지분을 추가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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