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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포카칩도 '제철'에 더 맛있다

  • 2024.08.14(수) 15:15

매년 5~11월 국산감자로 포카칩 제조
'국산감자시즌' 포카칩 매출 35% 늘어

그래픽=비즈워치

감자칩=포카칩

과자 시장은 참 신기합니다. 10~30대 젊은 층이 주 소비층인 만큼 굉장히 트렌디하게 움직이면서도 연말에 결산을 내 보면 결국 '팔리던 놈만 팔리는' 시장입니다. 반짝 인기를 누리는 제품은 많지만 한 계절을 넘기기가 힘듭니다. 최근 10년간 나온 수많은 과자 중 매출 10위권에 자리잡은 제품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오리온 꼬북칩 정도입니다. 나머지 인기 과자들은 모두 20~30살 이상 먹은 '중장년 스낵'입니다.

그 중에도 오리온 포카칩은 눈에 띄는 위치에 있습니다. 1992년 출시됐으니 벌써 나이가 30살을 훌쩍 넘었죠. 감자를 얇게 썰어내 튀기는 심플한 조리법인 만큼 비슷한 제품들이 시장에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웬만한 제과 기업이라면 포카칩류의 감자칩 브랜드 하나 없는 곳이 없죠. 

오리온의 감자칩 라인업/사진제공=오리온

한 때 저녁 공중파 뉴스에도 소개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포카칩을 뛰어넘었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이구요. 농심도 포테토칩과 수미칩 등 여러 라인업을 갖고 있습니다. 레이즈(lay's)나 프링글스 같은 해외파 제품들도 국내 시장에서 포카칩과 경쟁 중입니다. 

얼핏 보면 다 거기서 거기 같은 감자칩인데, 포카칩의 위치는 굳건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과자·초콜릿류 소매시장에서 포카칩은 농심 새우깡, 롯데웰푸드 빼빼로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새우깡과 빼빼로가 경쟁이 될 만한 브랜드가 없는 데 비해 포카칩은 허니버터칩을 시작으로 수많은 생감자칩 경쟁자들이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특기할 만한 실적입니다.

'제철' 포카칩

포카칩의 실적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국산 햇감자' 시즌입니다. 오리온은 국내산 햇감자가 출하되는 5월부터 10월까지 국산 감자를 사용해 포카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후 11월부터 5월까지는 미국산이나 호주산 수입 감자를 사용하죠. 

감자가 다 거기서 거기지 어차피 썰어서 튀기는데 뭐 크게 다를까 싶지만, 사실 꽤 많은 게 다릅니다. 우선 품종이 다른데요. 포카칩에 사용하는 수입산 감자는 '대서(atlantic)' 품종입니다. 프렌치후라이용으로 개발돼 당분이 적고 전분이 많은, 길쭉하고 단단한 감자입니다. 감자튀김인데 수입산 감자라면 이 대서를 썼다고 보면 거의 100% 맞습니다. 

재배 계절별 적정 감자 품종/그래픽=비즈워치

6월부터는 국내산 햇감자를 사용해 포카칩을 만듭니다. 대서 품종과 오리온이 자체 개발한 품종인 두백·진서 품종을 함께 사용합니다. 두백은 전분 함량이 높고 수분 함량이 낮아 튀김을 할 경우 맛이 뛰어나면서도 대서의 단점인 갈색 반점도 나타나지 않는 신품종입니다. 다만 생육기간이 길어서 대서나 수미보다 늦은 7월부터 수확할 수 있습니다.

맛도 다를까요? 그렇다는 게 오리온 측의 설명입니다. 생감자칩은 감자를 그대로 썰어 만드는 만큼 감자의 품질이 곧바로 제품의 맛으로 연결됩니다. 수확 후 창고에 쌓아놨다가 바다를 건너 오는 수입산 감자보다 수확하자마자 생산에 투입되는 국산 제철 감자가 더 맛이 좋다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겠죠. 

소비자도 알아요

'제철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의 맛을 알아보는 건 '감자칩 덕후'나 연구원들뿐만이 아닙니다. 소비자들도 햇감자칩의 맛을 정확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수입감자 시즌 포카칩의 매출은 329억원이었는데요. 이후 6월부터 11월까지 국산 감자 시즌에는 이보다 10% 많은 361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지난해엔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수입 감자 시즌에 388억원어치가 팔렸고 2023년 6월부터 11월까지였던 국산 감자 시즌에는 525억원어치가 팔리며 매출이 35% 넘게 늘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햇감자칩', '제철감자칩'이 이슈가 되며 SNS를 중심으로 햇감자 포카칩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리온의 2024년 국산 햇감자칩 시리즈/사진제공=오리온

햇감자 시즌에만 맛볼 수 있다는 특성이 1020 젊은 층의 한정판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조사가 물량이나 공급을 통제해 만든 '억지 한정판'이 아니라 감자 수확철에 따라 공급이 조절되면서 자연스러운 한정판 마케팅이 됐다는 겁니다. 

오리온은 올해에도 6월부터 햇감자 포카칩과 스윙칩을 내놓고 있는데요. 두 달 매출이 244억원으로 월 12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15년 이후 최고 매출입니다. 기존 '햇감자칩' 열풍과 함께 저녁 늦게 열리는 올림픽 이슈가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입니다. 

산업화의 정점처럼 보이는 공장에서 만든 과자도 제철을 따진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한데요. 과자도 제철 과자가 맛있다는 걸 매출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저도 과자를 구매할 때 '제철과자'인지 한 번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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