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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도 한방에 훅…금융권 '개인정보 보호' 초비상

  • 2014.01.21(화) 15:29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무관용 중징계 계기 될 듯
대통령 직접 개입으로 금융당국 과잉대응 우려도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금융권이 초비상이다. 최고경영자(CEO)을 비롯한 주요 임원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금융당국 책임론마저 불거지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자 엄벌’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무관용, 중징계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보여주기식 과잉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경영진 줄사퇴…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경영진의 줄사퇴로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1억 580건에 달한다. 신용카드론 3550만 장, 회원 수는 2560만 명으로 사실상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는 국민 전체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셈이다.

KB금융그룹은 임영록 회장을 제외한 지주회사와 국민은행, 국민카드 임원 27명이 모두 사표를 냈다. 임 회장은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은 물론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카드의 피해 규모만 5000건이 넘고, 국민은행 역시 잇달아 대형 부정•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선임된 국민은행 임원들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KB금융 측은 "일괄 사표는 직을 걸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이 낸 사표를 수리하면서 일단 선을 그었다. 롯데카드는 박상훈 사장 등 임원 9명이, 개인정보 유출의 진원지인 KCB는 김상득 대표를 비롯한 임원 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 개인정보 유출은 ‘무관용 중징계’ 계기 될 듯

이번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무관용, 중징계 원칙을 세우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질 때마다 CEO에게 책임을 묻는 등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경고는 항상 허언에 그쳤다. 2011년 현대캐피탈과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등에서 26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CEO는 경징계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게 됐다. 대통령까지 책임자 엄벌을 강조하고 나선 탓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카드 3사와 KCB는 물론 앞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한국SC은행과 씨티은행에 대해 CEO 해임 권고를 비롯한 중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과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등 개인정보 유출 시점인 2012년 6월 경영진이 일단 제대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늑장대응 논란과 함께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미 원론적이긴 하지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금감원 역시 동양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건섭 전 부원장처럼 희생양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대통령이 직접 개입…정치 이슈로 변질될 수도

금융권의 개인정보 관리 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핵심영역이라는 인식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CEO가 옷을 벗는 일이 현실화되면서 경영진의 인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을 경고 방문하면서 소비자보호가 금융정책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처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고와 함께 금융정책에도 변화가 점쳐진다. 당국은 조만간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대통령이 직접 개입에 나서면서 합리적인 사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대통령의 지시에 과민 반응하면서 정치적인 대응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금융권의 개인정보 보안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개인정보 집중이나 지주회사내 개인정보 공유를 원천 차단하면서 금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부작용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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