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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시대가 아니다

  • 2014.11.09(일) 10:31

히든 챔피언 모뉴엘에 가려진 한국금융의 민낯④

박홍석 대표와 모뉴엘이 어떤 의도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그 과정에서 KT ENS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관세청과 금융감독원이 밝힌 모뉴엘의 연 매출과 수출금융 사기 규모다. 감사보고서에서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매출이 매출채권 매각으로 이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의 조사 결과대로 수출 매출채권의 상당수가 허위•가공이라면 매출 규모 자체가 의미 없다. 이 경우라면 악의적인 사기 행각으로 봐야 한다. 희대의 사기꾼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제품과 빌 게이츠를 등에 업고 제대로 한탕 해먹은 것이다.

두 번째는 매출액과 수출금융으로 추정되는 사기금액과의 차이다. 그래프에서 보면 2012년까지 그 차이는 벌어지다 2013년에 줄었다. 올해 현재까진 수출채권 매각액 자체가 줄었다.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순수하게 해석하면 이렇다.

{모뉴엘은 정상적인 수출을 했다. 다만, 현금흐름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수출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당겨 썼다. 매출과 수출채권 매각 금액이 같이 빠르게 늘긴 했으나, 미세하게 매출액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도부터 수출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채권 매각액이 더 늘었다. 현금흐름은 더 빡빡해졌다. 올핸 더 견디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터졌다.}

전형적인 돌려막기다. 돌려막기 때는 정상적인 매출이 더 빨리 늘어나면 돌려막는 규모를 줄여가면서 정상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초기엔 현금 부족으로 이리저리 ‘깡’으로 메워가다가도 숨통이 틔는 경우다. 나라 경제가 계속 고성장을 하고 기업도 그에 맞춰 성장하는 경우엔 가능하다. 개발경제 시대에 ‘자기 돈으로 사업하면 바보’라는 말이 그렇다.

모뉴엘은 여러 정황상 이런 가정이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2013년까지 매년 평균 60% 이상씩 매출이 증가한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 어렵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어서 악의적인 사기와 결과적으론 같다.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징의 시기다. 기업 입장에선 살기 위해 그랬다고 항변할지 몰라도, 가랑비에 옷 젖는 금융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돈을 너무 쉽게 본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언론에서 “금융인들이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다면 이상한 점을 금방 알아챘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6일 모뉴엘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애초 446억 원에서 535억 원으로 수정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박홍석 대표는 구속됐고, 모뉴엘 자금팀장과 KT ENS 직원 등 1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관세청은 “KT ENS와 모뉴엘의 상당수 거래에서 사전 공모한 혐의를 찾았다”며 “검찰에도 계좌추적 결과를 보냈다”고 밝혔다.

‘모뉴엘의 자회사인 코스닥 등록업체 잘만테크도 2012년 3월 중순부터 지난 6월 중순까지 76차례에 걸쳐 홍콩에서 허위수출 방식으로 8800만 달러(약 927억 7000만 원)를 위장 수출했다’고 관세청은 덧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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