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④"얇은·Thin 파일에 대출? 정보가 없는데…"

  • 2015.06.12(금) 10:47

[또 멍드는 금융시장]④
중금리대출의 이상과 현실…새 수익원 vs 평가 힘들어
턱없이 부족한 5~8등급 저신용자 신용거래 정보 탓

'참~ 좋은데, 할 방법이 없네….' 중금리 대출에 대한 시중은행의 고민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기도 하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일로여서 중금리 대출 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여겨진다. 언제까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쉽고 안전한 대출로만 먹고살 거냐는 비판도 나온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4~5% 수준의 은행 금리와 20%대 이상에 몰려있는 저축은행·대부업체 금리 사이 10%대 금리 층은 분명히 단절돼 있다. 잘 골라 대출해주면 짭짤할 것도 같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 현실은 다르다. 은행 서민금융 담당자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잘 고르는 것이 너무 힘들어 현실화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 과연 중금리 시장이 있긴 한 걸까

10%대의 중금리 대출 시장이 실제 존재하냐는 의문도 있다. 기존 은행 지주회사 계열의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팔고 있다. 대부분이 실적이 저조하고 부실만 키웠다. 이는 10%대 금리에 적합한 수요나 고객층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나저축은행의 '더마니론'처럼 부실이 심해 망한 상품까지 나올 정도다. 부실 문제로 해당 상품을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중금리대로 수익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어쩌면 20% 이상의 금리를 받아야 하는 고객일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독려에 대형은행들도 모두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다. 그나마 많이 판 우리은행도 잔액이 3000건, 170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 5월까지 판매금액은 고작 76억 원이다. 이보다 적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새로운 수익원은커녕 정부에서 밀어붙이니 시늉만 내는 꼴이다.

부실 염려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병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장은 "5~8등급 신용계층은 저축은행의 20%대 이상 고금리 대출로 가기 전에 신용카드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금리 시장의 상당수는 이런 쪽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은행권 중금리 대출 실적 저조


◇ 얇은·Thin 파일 5~8등급엔 신용정보가 없다

은행들이 이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보 부족이 가장 크다. 경험부족도 있지만, 중간 등급으로 분류된 자체가 신용분석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업계에선 이를 Thin file이라고 부른다)는 뜻이다. 1~4등급의 우량고객 혹은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우량정보이든 불량정보이든 충분한 정보가 쌓여있다. 적절한 프라이싱(금리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령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대출을 쓰고, 잘 갚는 고객은 우량정보가 축적돼 있고 고신용자로 분류된다. 카드를 연체하고, 대출을 못 갚는 고객은 불량정보가 쌓이면서 하위등급으로 나뉜다.

5~8등급 사이의 중간등급은 직장이 있어도 대출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신용정보가 없다. 결국, 애매한 중간단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이들의 얇은(Thin) 파일은 신용평가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은행지주 임원들에게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 최고금리 15%로는 수익 못내

중금리 대출의 높은 부실률 역시 부담이다. A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7~8등급 고객의 부실률은 10%까지 올라간다"며 "도저히 은행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팔고 있는 중금리 상품 연체율은 2% 이상 오르기도 한다. 이런 연체율이나 부실률로는 은행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B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에서 조달비용 빼고, 부실률을 뺀 직접원가로 보면 마진이 조금은 남을 수도 있지만, 인건비 등을 고려한 간접원가로 따져보면 마이너스 상품"이라고 말했다. 일반 대출의 경우 간접원가를 고려해도 통상 0.3~0.4%의 마진을 확보한다.

물론 은행들이 10%대 중후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면 수익 확보엔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행 은행의 연체이자는 최고 15%로 돼 있다. 실제 대출 이자는 이 밑으로 가능하다. 여기에 평판 등을 고려하면 중금리라고 해도 은행들이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많아야 10%대 초반 수준이다. 어제(11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 상품은 아예 5.39~7.69%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부실률이 높은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건전성을 해치고 국내 은행의 국제신인도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C은행 한 관계자는 "자칫 부실률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 해외 자본시장이나 국제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해외 채권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징검다리 형태와 보증서 발급으로 완충 필요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모바일을 통한 중금리 대출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역시 검증이 필요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업무처리 비용은 줄어들지만, 고금리 예금 등 조달비용은 오히려 올라가기에 비용절감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금융사기나 보안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덜 훼손하려면 간접적인 지원이나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를 통해 경험과 데이터를 쌓은 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험이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직접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에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대출자들이 잘 갚고 우량하다고 판단되면 전환을 해주는 식의 징검다리 형태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서울보증보험 등의 보증을 끼고 대출을 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모델인 '위비뱅크'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 발급을 기초로 중금리 대출을 시작했다. 이 경우 대출금의 2~4%를 보증료로 내 수익은 줄지만, 은행이 돈을 떼일 염려는 줄일 수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