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국제 '특허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특허 관리 업무에 나선다. 각각 500억 원씩 투자해 한국형 특허관리전문회사(NPE) 펀드를 만들어 지식재산권(IP)에 대한 투자와 매입, 특허 소송 컨설팅 활동을 할 계획이다.
NPE는 보유한 특허를 제품 생산에 활용하지 않고 특허 사용계약(라이센싱)과 침해청구 등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 산업은행에서 29일 열린 'KDB인프라 IP 캐피털' 펀드 투자계약 서명식에서 (왼쪽부터) 김상로 KDB인프라자산운용 대표이사,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성주영 산업은행 창조기술금융부문 부행장, 김영규 기업은행 IB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
◇ 기업 우수 IP 발굴·투자…자금 지원·수익화
산업은행은 29일 1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NPE 펀드(KDB인프라 IP 캐피탈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투자계약 서명식을 개최했다.
NPE 펀드를 통해 국내외 연구소와 대학,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 IP를 발굴해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에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IP를 활용한 국내외 라이센싱 등 수익화 활동을 진행한다. 해외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린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를 매입하고, 컨설팅 활동도 추진한다.
펀드는 신탁 기간이 10년으로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운용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KDB인프라자산운용은 각각 IP 운용팀을 신설하고 변리사, 미국 변호사 등 특허전문가 4명을 채용했다.
성주영 산업은행 부행장은 "IP 자체를 우선 투자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유 IP를 사업화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던 기존 IP 펀드와 다르다"며 "산업은행이 한국형NPE 역할을 담당해 해외 특허 소송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 IP 무역 적자 62억 달러…정부 주도 NPE 한계 지적도
한국 기업들이 해외 '특허괴물(특허관리전문회사)'의 주요 타깃이 되는 등 국내 IP 산업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이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고 산업은행은 설명했다.
한국의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4위 수준이지만, 활용도가 떨어져 지난해 IP 관련 무역수지는 6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이른바 '특허괴물'들이 한국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244건에 달한다.
NPE 펀드를 통해 기술금융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 위주의 기술금융을 점차 투자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인데, NPE 펀드를 통한 투자 역시 기술금융의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NPE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만든 NPE의 기능은 외국계 민간 NPE와 같은 '공격형'이 아닌 '방어형' 역할에 한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난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설립된 '인털렉츄얼디스커버리(ID)' 역시 투자 규모나 수익 창출 등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