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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당분간 맑은 하나금융

  • 2016.01.11(월) 09:28

[병신년, 변화무쌍한 은행 지배구조 기상도]③
통합은행 출범과 함께 지배구조 교통정리도 마무리
김정태 회장 장기 연임 구도 속 오히려 차차기 관심

하나금융그룹은 병신년 새해가 어느 때보다 뜻깊다.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법인인 KEB하나은행이 공식 출범하면서 올해 실질적인 통합 원년을 맞는다.

김 회장은 지난해 왕회장으로 불리던 김승유 전 회장의 흔적을 완전히 지운 데 이어 올해 초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선 본격적인 새판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도론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해 당분간 후계구도 논란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회장을 제외한 후계 카드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장기적으론 하나금융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나금융, 지배구조 교통정리 끝

하나금융은 지난해 통합 KEB하나은행 출범과 함께 비로소 새 출발을 위한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2010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무려 5년 만에, 실제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2012년부터 따지면 3년 만이다.


조직도 새롭게 꾸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연말 명예퇴직을 통해 700여 명의 인력을 정리한 데 이어 임원진도 모두 새롭게 정비했다. 부행장 6명 중 5명을 교체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새 출발을 알렸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일차적인 교통정리가 끝났다. 사실 김 회장의 취임 초반은 김승유 전 회장과 동거의 시기였다. 하지만 취임 3년 차인 2014년 판세를 뒤집었다. 잠재적 경쟁자들을 정리하고, 사외이사진도 대거 정비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 김승유 전 회장 흔적마저 지운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끌어낸 건 결정적인 승부수였다. 명분 측면에서도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한 김승유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웠다. 최근엔 김 전 회장의 흔적마저 완전히 지우면서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김승유 라인으로 꼽히던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은 KEB하나은행 출범 과정에서 뒤로 물러났다. 임기를 못 채운 김종준 전 행장에 이어 하나은행장에 오르긴 했지만,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금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김승유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현주 전 부행장이 퇴임한 사실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김 부회장과 함께 차기 하나은행장 일 순위로 거론되던 이 전 부행장은 일단 비운의 황태자가 됐다.

 


◇ 계열사 사장단 인사 후계구도 분기점

김 회장은 이제 3연임을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3월은 하나금융의 미래 후계구도를 그려볼 수 있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한조 하나금융 부회장을 비롯해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대표, 정해붕 하나카드 대표, 추진호 하나캐피탈 대표, 김인환 하나생명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의 임기가 모두 올해 3월 끝난다.

이번 인사에서 살아남거나 새롭게 자리를 꿰차는 CEO는 일단 잠재적인 후계그룹에 들 수 있다. 다만 김한조 부회장은 물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병호 부회장도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추진호, 김인환 대표 등은 김승유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옛 하나은행 인력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부담 역시 있어 아직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 현재 가장 유력 후계자는 함영주 행장

현재 김 회장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다.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김정태 라인으로 분류되고, 올해 KEB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안착시키면 명분도 뚜렷하다

다만 임기가 2017년 8월까지라는 게 변수다. 김 회장의 임기가 2018년 2월까지여서 은행장을 한 번 더 뽑을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 함 행장이 김 회장의 후계구도 구상에서 독립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3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작년 말 퇴진한 부행장들이나 새로운 인물이 발탁되면 오히려 함 행장과 차기 하나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

◇ 김정태 회장, 장기 연임 위한 꽃놀이패

결과적으로 김정태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나 윤병철 전전 회장처럼 장기 집권을 위한 꽃놀이패를 잡았다. 통합은행을 출범시킨 공로에다 경영 성과만 어느 정도 보여주면 3연임을 위한 명분도 충분하다. 올해 만 63세로 나이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현재 부행장과 본부장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차차기 후계구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내부 경쟁을 통해 후계그룹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장 1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배구조는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면서 “연임에 집착해 후계그룹 양성을 게을리하면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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