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로 김정태 회장을 중심으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가 확실하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부행장 인사에 이어 영업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업력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KB금융에 이어 타도 대상인 신한금융그룹 출신을 하나대투증권 CEO로 수혈한 대목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하나금융, 계열 CEO 대거 교체
▲ 왼쪽부터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 황종섭 하나저축은행 사장, 정경선 하나에프앤아이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후보. |
하나금융그룹은 2일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등 계열사 CEO 후보를 선임했다. 하나카드 사장 후보에 정수진 하나저축은행 사장, 하나생명 사장엔 권오훈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을 각각 추천했다.
하나저축은행 사장엔 황종섭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에프앤아이 사장 후보엔 정경선 전 KEB하나은행 전무, 하나금융투자 사장 후보에는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각각 추천했다.
추진호 하나캐피탈 사장과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연임하기로 했다. 이번에 추천된 후보들은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친 후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 전임회장 꼬리표 인사들 희비 엇갈려
이번에 선임된 CEO 5명 가운데 2명은 옛 하나은행, 2명은 외환은행 출신이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후보와 황종섭 하나저축은행 사장 후보는 보람은행을 거친 하나은행 출신이다. 황종섭 후보는 KEB하나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 중 하나다.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 후보와 정경선 하나에프앤아이 사장 후보는 외환은행 출신이다. 권오훈 후보는 KEB하나은행 출범을 앞둔 2014년 말 외환은행에서 유일하게 승진한 부행장으로 하나금융 부사장을 겸직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글로벌 전략을 보필했다.
전임 회장의 라인이란 꼬리표가 붙어있던 인물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김승유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차기 하나은행장 일순위로 거론되던 이현주 전 부행장은 이번에 복귀에 실패하면서 비운의 황태자가 됐다. 김인환 하나생명 사장도 옷을 벗었다. 반면 추진호 하나캐피탈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 신한금융 출신 수혈 파격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후보 추천은 파격으로 꼽힌다. 이 후보가 2013년부터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긴 했다.
하지만 24년간 신한금융투자에 몸담아온 ‘신한맨’이라는 점에서 깜짝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KB금융이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처럼 ‘1등 그룹’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 후보가 영업은 물론 상품 기획과 리스크 관리, 인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하나금융투자의 자산관리(AM)와 기업금융(IB) 부문의 완전한 통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지배구조 안정화와 영업력 강화
이번 인사로 김정태 회장의 친정체제가 더 굳건해졌다. 우선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두 명을 더 늘리면서 김 회장의 입김을 더 강화했다.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추천했다.
하나금융투자 사장 후보로 추천된 이진국 사외이사 자리엔 박원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교수를 추천했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에서 하나금융투자 사장에 오른 이진국 후보가 김정태 회장과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한 드라이브도 예상된다. 실제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황종섭 하나저축은행 사장 후보는 모두 영업통으로 꼽히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친정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업통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