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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폭탄]③실탄 확보 '비상'

  • 2016.06.03(금) 15:21

바젤III 국제자본규제 강화와 부실채권 급증 '실탄 바닥'
국책은행 자본확충 추진...농협 '빅배스' 재원 마련 시급

결국엔 체력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엔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 그런 실탄을 넉넉히 확보하고 있느냐가 해당 은행의 체력이다.

벌써부터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실탄 부족을 호소한다. 국책은행은 결국 정부 도움을 받아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농협은행 역시 '빅배스'를 거론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아직은 괜찮지만 시중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자본비율 뚝뚝뚝 떨어진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도 바젤III 도입 등 은행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까진 규 제 비율을 맞추는데 문제 없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바젤III에 따른 자본보전완충자본, 시스템적중요은행 추가자본 등의 자본규제도 이행하려면 자본을 넉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가장 안전한 자본으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주는 보통주자본비율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2.19%로 그나마 높은 수준이고, 농협은행 10.79%, 우리은행 8.64%, 기업은행 8.45%, 수출입은행 8.8%로 특수은행들이 최하위권에 분포해있다.

조선·해운업종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몰려있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은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추가로 수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 경우 이익이 줄어들면서 BIS자기자본비율의 분자가 되는 자본이 줄어들고, 또 여신건전성 추가 하락과 부실채권 확대로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은 늘어난다. 결국 자본비율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 자료=금융감독원(올해 3월말 기준)

◇ 자본확충펀드로 한숨 돌리는 국책은행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대우조선,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5개 기업 여신을 지난해말 기준 '정상'에서 고정이나 회수의문으로 재분류할 경우 은행권의 충당금 규모는 최대 7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특히 수출입은행의 BIS총자본비율은 최소비율인 9.25%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이 5개 기업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의 조선·해운 익스포져 42조원을 기준으로 할 때 특수은행은 3조9000억~9조원, 시중은행은 약 2조~2조5000억원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시중은행의 추가 충당금 부담은 자기자본의 2% 내외이지만, 특수은행은 자기자본의 10%에 달하는 수준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이달 안으로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자본확충 펀드를 활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여전히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당장 10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 농협도 '빅배스' 재원마련 고심

 

국책은행의 상황이 심각하고, 혈세투입 등의 비판을 받을지언정 뒷배(정부)는 두둑하다. 정작 어려움에 처한 곳은 농협은행이다. 조선·해운업종에 국책은행 못지 않게 물려있는데, 충당금 적립을 위한 실탄도 넉넉치 않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앞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까지 고려해 '빅배스'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역시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농협은행은 해마다 3000억원 정도의 명칭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내고 있다. 이는 농협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깎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신에 배당 등의 분담금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중앙회와 조합에 돌아가는 몫이어서 중앙회 이사들에 대한 설득이 남아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앙회 이사들에게 두번 정도 설명을 했고, 큰 틀에선 공감을 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데 대해선 지주회장으로서 중앙회 이사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양해를 구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빅배스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앙회를 설득하더라도 재원 마련이 쉽지는 않다. 결국 지주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은행에 출자를 하는 형식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 역시 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최근 비상장사인 농협금융도 다른 금융지주회사처럼 코코본드 등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금융위원회에 법적 검토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빅배스를 설득하는 것부터 재원 마련까지 모두 갈길이 멀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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