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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없는 은행]①초초저금리까지 '잇단 쇼크'

  • 2016.06.15(수) 14:44

기준금리 인하로 일부 은행 한해 이자이익 '-1000억'
돈 벌기도 어렵고, 벌어도 대손비용으로 줄줄 샐 판

은행들의 수익성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올해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충당금이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기준금리 인하까지 가세하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는 수익성을 개선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은행의 상황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

▲ 그래픽/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돈 버는 게 가장 고민이죠. 경기 어려울 때일수록 은행이 돈을 벌어서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만한 것들이 없으니까요. 요즘 은행이 돈 버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라서……."


지난해 10월초의 일이다. 요즘 가장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답변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기업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본격화하지는 않았을 때다. 그로부터 8개월 만에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완충역할은 커녕 일부 은행은 스스로 버티기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확대로 충당금은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돈을 벌기는 더 어려워졌다. 최근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야말로 은행들엔 쇼크다. 가뜩이나 바닥까지 떨어진 수익성, 그나마 올해는 괜찮아질까 싶었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버렸다.

◇ 기준금리 인하 쇼크…"한해 1000억 이상 날아간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에 치명타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 시중은행은 한해 이자이익 1000억원 정도가 날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가뜩이나 초저금리 상황에서 국내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NIM은 1.55%로 전 분기의 1.57%보다 0.02%포인트 낮아져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자이익도 전 분기 8조6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 자료:금감원

개별 은행별로는 그나마 낫다. 올해 1분기 KEB하나은행이 전 분기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신한, 국민, 우리은행은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저원가성 예금인 핵심예금(수시입출식예금 등)을 늘렸던 전략도 통했다. ☞[금융 리그테이블]②KEB하나은행만 웃지 못할 '님' 

이런 분위기는 기준금리 인하로 두달여만에 또다시 반전됐다. 잡은줄 알았던 님이 다시 멀어질 판이다. 대형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1년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지면 자산구조를 볼 때 연간 1000억원 정도 이자이익이 줄어든다"며 "올해 감소폭은 400억~500억원 정도인데, 내년이 더 문제"라고 걱정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의 예금금리 조정도 이번주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법인 대상의 수시입출금식예금인 '참 착한 기업통장' 금리를 잔액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 기존 연 0.1%에서 0.01%로 내렸다. 사실상 제로금리나 마찬가지다.

◇ 돈을 벌어도 대손비용으로 줄줄 샌다


가뜩이나 은행들은 갈수록 커지는 충당금 폭탄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돈을 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버는 족족 충당금 등의 대손비용으로 써야 할 판이다. 조선·해운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몰려 있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을 논외로 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의 지난해말 13개 조선·해운 익스포져는 16조원에 이른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이미 법정관리에 가거나 부실 가능성이 높았던 중소형 조선사, 현대상선 등에 대해선 대부분 충당금을 100% 가까이 쌓았다. 문제는 생사기로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한진해운이나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이달초 기준으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을 제외하곤 여신건전성 분류상 요주의나 고정으로 분류한 상태여서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은행 부실채권 폭탄]②이게 끝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국민은행을 뺀 모든 은행이 아예 정상으로 분류해 놓다가, 최근 신한은행이 요주의로 떨어뜨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KEB하나은행도 요주의로 떨어뜨리는 쪽으로 검토중이다. 부실위험이 그만큼 커졌단 얘기다. 정부가 최근 5조3000억원의 대우조선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업종이 대부분 중후장대, 전후방 연관산업이어서 협력업체 등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기업 부실이 중소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은행의 충당금 폭탄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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