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가 우리나라 카드에 대해서만 해외 결제 수수료 10% 인상을 추진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비자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 거세다. 실제로 해외 결제 수수료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추가로 8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 시장점유율 믿고 기세등등
비자카드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기세등등한 이유는 높은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국제 카드 브랜드사 중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마스터카드가 30~40%, 유니온페이가 10% 정도 된다.
비자카드의 발급률이 높은 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비자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임윤화 여신금융협회 연구원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가맹점 수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소비자들은 더 많은 국가에서 쓸 수 있는 비자카드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의 애정을 비자카드가 되레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선 인위적으로 카드 브랜드 비중을 조정하긴 어렵다. 유니온페이와 JCB 등 국제 카드 브랜드를 가진 중국과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체 해외 결제 망이 없다는 점도 비자카드의 갑질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당장 비자카드를 대체할 만한 자체 해외 결제 망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자카드는 1958년에 창립된 이래로 60~70년 가까이 결제 망을 만들어온 만큼 국내 카드가 이른 시일 내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막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국내 카드사 편을 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 규제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소비자 추가 부담 80억원 웃돌 듯
비자카드가 해외 결제 수수료를 기존 1%에서 1.1%로 올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다. 비자 마크가 찍힌 국내 발급 카드로 해외에서 100만원을 결제할 경우 카드 고객이 내야 할 수수료가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오른다는 얘기다.
전체 추가 수수료 부담은 8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비자카드에 낸 해외 결제 수수료만 820억원에 달했다. 수수료를 10% 올리면 추가로 82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카드사들의 부담도 커진다.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사들에게 받는 해외 분담금과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 수수료 등 5개 항목의 수수료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 브랜드사에 낸 수수료는 2010년 1395억원에서 2014년 1940억원으로, 55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번에 수수료를 올리면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수수료를 올리면 고객은 물론 카드사 부담도 커진다"면서 "소비자들이 비자카드의 해외 결제 수수료 인상을 국내 카드사의 정책으로 인식해 민원도 크게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