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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특혜받는 농협보험의 웃픈 사연

  • 2016.11.23(수) 10:11

방카룰 적용 유예 연장 특혜에도 업계는 잠잠
농협보험, 계속 제자리걸음...'위협 안된다' 평가

농협 발(發) 금융 빅뱅. 단숨에 '생보사 빅4'로. 설계사 1만명 대이동 예고. NH화재, 손보사 M&A 나설 듯. 보험업계 초비상.

약 5년 전인 2011년 초, 농협법 개정안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자산 200조원의 거대 금융지주가 탄생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NH생명(농협생명)과 NH화재(농협손보) 두 보험사의 금융권 진출은 보험 업계 최대 화두였다고 합니다.

특히 덩치가 컸던 NH생명의
 경우 생보업계 빅3 삼성생명,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 '시장 잠식할라' 농협 보험 진출 진통

당시 두 농협보험사가 업계에 진출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공제사업을 분리해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를 출범시키면서 다른 보험사에 적용하는 '방카슈랑스 영업규제(방카룰)'을 5년간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방카룰이란 은행 창구 등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인데요. 농협의 경우 단위조합을 통한 상품 판매에는 방카룰 적용을 안 하고 있고, 농협은행에만 이를 적용합니다.

당시 다른 보험사들은 농협이 기존 보험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생각했고, 특히 변액보험이나 자동차보험에 새로 진출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결국 논란 끝에 농협이 방카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 자동차보험이나 변액보험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 방카룰 유예 연장…다른 보험사 '잠잠'


이후 5년이 지나 내년 2월 말이면 이런 유예 조치가 종료됩니다. 그런데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런 '특혜'가 5년 추가 연장될 거라고 합니다. 다른 보험사들은 5년 전과 달리 잠잠하고요. 왜 그럴까요?

"농협이 주로 하는 저축성 보험에 관심도 없어졌고....사실 농협 보험이 생기고 시장에 영향도 별로 없었고요. 위협적이지 않았잖아요. 변액이나 자동차보험만 안 한다면야 상관없다는 분위기죠."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5년 전에 예상했던 농협 발 금융 빅뱅이나 설계사 대이동 등 '지각 변동'이 없었고, 앞으로 5년 또 특혜를 준다고 해서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농협에 방카룰 유예라는 '특혜'를 주는 대신 변액·자동차 보험에 진출하지 않도록 한 게 '신의 한 수'였나 봅니다.


◇ 저축성 위주 몸집 키우는 시대 지나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총자산은 단순 합산으로 5년 전 45조원가량에서 지난 6월 기준 67조원 정도로 늘긴했지만, 대부분 저축성보험 판매에 의존한 성장입니다.

그러나 저축성보험은 저금리 시대 역마진 등의 리스크로 보험사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습니다. 농협생명 역시 체질 개선을 한다며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금리는 앞으로도 어느 정도 지속하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러니 저축성 보험을 주로 파는 방카 채널에 보험사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아주 커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게다가 지금 생보 업계에선 중국 자본 안방보험을 등에 업은 동양생명이나 PCA생명을 인수한 미래에셋생명, 새 주인을 찾는 ING생명 등 5위권은 역동적인 모습인 데 반해, 어정쩡한 4위인 농협생명은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입니다. 관련 기사 ☞ [생보 리그테이블]②동양·미래에셋 '다크호스' 경쟁

◇ 농협생명·손보 영역 확대 '아직은 여력이…'

다른 보험사들이 농협 보험에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면 농협 측은 변액과 자동차보험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요?

웃픈(웃기고 슬픈) 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덩치가 작은 농협손보는 물론이고, 농협생보 역시 새 보험 상품 영역에 진출할 여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입니다.

농협손보 측은 자동차 보험 진출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고요. 농협생보의 경우 최근 생명보험업계에 드리운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농협생명은 빅4 생보사 중 처음으로 자본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전망입니다.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이 200% 초반대로 업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RBC 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어 미리 대응하는 차원입니다. 관련 기사 ☞ 새 회계제도 예정대로…보험업계,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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