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공모에 우리은행과 계열사 전 현직 임원 11명이 대거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지원서를 낸 후보의 면면을 보면 기존의 예상 후보군을 벗어난 다크호스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은행(옛 한빛은행) 통합 전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경쟁 구도가 되면 한일 출신인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과 김승규 전 우리은행 부사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11일 정오까지 우리은행장 후보자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총 11명의 후보자가 지원서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광구 현 행장(57년생)을 비롯해 이동건 그룹장(58년생), 김승규 부사장(56년생), 김병효 전 우리PE사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56년생), 오순명 전 우리모기지 사장(55년생), 윤상구 전 우리금융 전무(55년생), 이경희 전 우리펀드서비스 사장(56년생), 이병재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49년생), 이영태 전 우리금융저축은행장(57년생),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56년생) 등 전현직 은행 및 계열사 임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다.
우리은행장 후보 접수 이전부터 물밑 경쟁이 뜨거웠다. 새로운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제에서 진행하는 첫 행장 선임인데다,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만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면서 외부 입김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전현직 임원으로 후보 대상을 넓힌 영향도 컸다. 기존과는 달리 다양한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로 지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 이광구 연임이냐
우리은행 안팎에선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현직에 프리미엄을 줄 생각은 없지만 재임 당시 경영 실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행장에 유리한 구도가 될 전망이다. 민영화를 성공시켰고, 한때 8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 주가도 현재는 1만2000원대에 안착했다. 건전성과 이익 증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선임 당시 서금회 논란 등 석연치 않은 부분과 함께 은행장 선임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한 상업·한일은행 간 갈등은 변수다. 이 행장의 연임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2연속 상업은행 출신이 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옛 한일은행 출신의 불만도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다. 이날 후보 지원자 중 대다수가 한일 출신이라는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11명의 지원자 중 이 행장을 포함해 이영태 조용흥 오순명 4명 만이 상업은행 출신이다.
◇ 이동건·김승규 가세 2파전 혹은 3파전
이광구 현 행장 외에 이동건 그룹장과 김승규 부사장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은 수석부행장 시절 이미 한차례 은행장 경쟁에 나섰을 정도로 가장 강력한 상대다. 이순우 전 행장 시절부터 수석부행장을 지내면서 내부 살림을 챙겼고, 내부 신망도 두텁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경북고, 영남대를 나온 전형적인 TK로 분류된다.
올해 3월 퇴임한 김승규 전 우리은행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재임 당시 민영화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이순우 전 행장 시절 옛 우리투자증권 매각 과정에서 정부와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역시 한일은행에서 시작했고, 경북 안동 출신이다.
현직에 있는 손태승 글로벌그룹장이나 남기명 국내그룹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이번에 지원서를 내진 않았다. 이 행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추위는 후보자들에 대한 서류 심사와 외부 전문기관 평판조회, 후보자 인터뷰 등을 거쳐 은행장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한 사외이사는 "아직은 후보자들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평판조회 결과 등을 토대로 숏리스트를 추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추위는 헤드헌팅사 2곳을 선정해 평판조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평판조회가 일주일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주 후반께 5~6명 정도로 숏리스트를 추리고, 인터뷰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