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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저축은행 통합망]③홀로서기와 현실

  • 2019.02.28(목) 14:19

5곳 자체망-7곳 지주회사망-67곳 통합망
"자체망 필요하지만 당국 눈치보여"
중앙회 "통합망, 여력없는 곳 지원용..업그레이드 진행"

저축은행들은 2금융권 중 유일하게 통합전산망을 사용한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전산망을 운영하는 구조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가 노사갈등을 겪으며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자 저축은행들이 불안해했다. 전산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무언가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왜 통합전산망을 도입하게 됐는지, 어떤 우려가 나오는지,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최근 수년간 금융업계의 핵심 화두는 디지털이다. 위기가 올 때마다 디지털을 통해 극복하자는 것이 업계 CEO들의 다짐이었고 현재도 유효하다.

금융지주들은 IT 인프라 확충에 매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고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개별업종도 각각에 맞는 신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저축은행은 디지털에 대해 반응이 느리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이미 도입한 것을 뒤늦게 따라가기 바쁘다. 저축은행들은 디지털화를 위해 필수적인 전산망이 모두 통합돼있기 때문에 신기술의 적용이 느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전산망은 현재 79개 저축은행 중 67개 저축은행이 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2년 저축은행 전산망을 통합했지만 자체적으로 전산망을 구축해둔 저축은행들은 빠졌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에 자체전산망의 감가상각이 끝나면 통합망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현재 자체적으로 전산망을 구축한 곳은 SBI저축은행과 웰컴, OSB, 푸른, 애큐온 등 총 5곳이다. 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저축은행과 신한, BNK, DB, KB, NH, 대신 등 7곳도 통합망 대신 지주회사 전산망을 사용 중이다.

중앙회의 통합망을 사용하지 않는 저축은행들은 유지비를 계속 들여서라도 자체망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공동전산망은 기능이 한정돼 있고 업체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다. 영업시간 외에는 이용이 어렵고 통합망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기능이 통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의 전산시스템과 통합망을 오가며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자체망은 통합망보다 각종 금융거래와 상품운용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독자적인 서비스를 내놓기에도 유리하다. 업권내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규 상품의 출시와 서비스 개선 속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자체망을 사용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입장이다.

자체망을 사용해 이미 시중은행 수준의 디지털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저축은행도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카카오뱅크'를 표방한 웰컴저축은행은 전국에 영업점이 15곳이지만 디지털에서는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저축은행이다.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 비중이 80%를 돌파했다. 모바일앱을 이용한 간편이체 누적거래는 1조원을 넘어섰다. 대면창구가 적은 저축은행으로서는 비대면채널의 활성화는 중요하다. 앱을 통한 환전수수료 무료와 편의점 바코드결제서비스 등 독자적인 서비스도 선보였다. 간편결제(페이) 사업도 추진을 검토 중이다.

통합망을 쓰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자체망을 사용해 성과를 내는 경쟁업체를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다. 자체망을 구축해보려고 해도 당국의 눈치가 보여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합망을 사용하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망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며 도입도 충분히 검토했었다"며 "하지만 당국이 통합망 사용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자체망 개발에 나서기가 어려워 결국 보류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앙회 통합망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며 "경영환경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전산 때문에 뒤처진다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금융당국 눈치만 이유는 아니다. 자체 전산망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저축은행도 많이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통합망은 업계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력이 없는 일부 저축은행을 돕기 위한 취지로 구축된 것"이라며 "지금 구축된 통합망을 사용해서도 24시간 365일 근무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업체에서 상주인력을 두지 않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내에 추가로 저축은행 디지털뱅킹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업계가 원하는 서비스의 구현이 대부분 가능할 것"이라며 "비대면 영업과 ODS(Out Door Sales) 등 새로운 영업환경 구축을 위해 많은 기능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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