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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후금융인가]②내일이면 늦는다

  • 2019.06.28(금) 15:23

금감원·금융사, 기후금융 스터디 착수
"석탄·석유 투자, 어느날 충당금 폭탄될 수도"
"해외 수출 가능한 산업으로 키워야"

사진 = 이명근 기자

[글 싣는 순서]①자율에서 규제로 ②내일이면 늦는다③아직은 골치 아픈 문제

국내 금융업계는 '늦었지만' 기후금융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지속가능·기후금융 스터디'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KB금융, NH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NH금융 등 13개 금융기관과 연구원,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첫 스터디에선 세계적인 기후금융의 흐름과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준비해할 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기후금융의 국제적 흐름과 앞으로 방향성, 감독방향 등을 공부하는 자리였다"며 "기후금융에 대해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는 준비가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중국 등 37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모이는 NGFS(Network of Greening Financial System, 그린금융협의체)에 한국은 아직 가입을 못하고 있다. NGFS는 최근 '금융감독과 금융안정에 기후리스크를 반영하자' 권고를 발표했고 연말에는 기후리스크 관리 핸드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금융의 세계적 흐름에서 배제된 셈이다.

대비하지 못한 기후금융이 국내에 닥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은행권에는 석탄 등 화석연료로 얻은 에너지인 '더러운 에너지(dirty energy)' 관련 충당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기후변화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 국내은행의 탄소배출 업종(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에 대한 익스포저(대출·주식·회사채)가 53조30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GEF(Green European Foundation)의 '고탄소 업종 익스포저별 손실률'을 적용하면 잠재손실 규모는 17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은행의 BIS자본비율은 1.1%p 가량 떨어졌다.

이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해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연수 한은 금융규제팀장은 "탄소업종 익스포저 적용에 따른 손실규모는 아직 은행이 감내할 수준"이라면서도 "기후리스크는 주택가격이나 금리, 경제환경 등 기존의 금융안정 기준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재해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정부정책이 기후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기후리스크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중요한 금융안정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석탄발전소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에 더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2040년 한국이 석탄발전소를 운영을 전면 중단하면 부실화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 손실액이 1060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석탄이나 석유에 대한 투자나 채권은 이자가 또박또박 들어오는 괜찮은 상품"이라면서도 "앞으로 기후금융 협약을 맺고 이 채권 등에 갑자기 충당금이 확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가 탄소 관련 자산을 축소하면서 자산가치가 더 하락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리걸앤제너럴투자운용(LGIM)은 한국전력 등 기후변화 대응이 느린 기업 5개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LGIM 측은 "한전은 전략과 이사회 구성에 있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라며 "우리의 우려에 대해서도 협력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임대웅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 한국 대표는 "한국은 탄소 발생 에너지 집약도가 높고 사용량도 엄청난데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투자자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중 기후가 가장 비중이 높고 기후 리스크는 바로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보험금 지급규모가 갑자기 증가해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부실화된 보험사가 보유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하면서 자산가격이 하락해, 다른 업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후금융에 따라 보험업계의 변화가 심하다"며 "보험요율에 기후금융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보험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서원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2017년 쓴 '보험업의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2005~2014년 미국에서 1467건의 자연재해로 총 6215억달러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이중 3359억달러가 보험금으로 지급됐다.

국내는 화재보험의 풍수재특별약관 가입 비율이 낮은 편이라 자연재해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확산 등으로 보험금이 크게 늘 가능성도 대비해야한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앞으로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기후리스크 관련 공시를 하는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스터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금융이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면 국내에서 개도국에 기후금융을 공적개발원조(ODA) 개념으로 수출 할 수도 있다"며 "금융을 통해 기후금융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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