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은 비관적이고 건전성은 걱정된다."
내년 은행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 요인들은 쌓여있고, 건전성 지표는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방은행은 내년에 생존전략을 고민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지난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 금융동향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국내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소폭 낮아져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대출증가율은 올 상반기 6.1%, 올 하반기 5% 중후반, 내년 5% 초중반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실장은 내년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장금리가 수익성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거시환경, 경쟁환경, 규제환경에서 복합적인 수익성 악화 요인들이 산재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상승, 오픈뱅킹 시행에 따른 펌뱅킹 수수료 수입 감소 등의 요인들로 인해 다소 약화돼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7%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이 연구실장의 전망보다 수익성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정 소장은 "저희 연구소는 ROE 기준 6%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 수익성 같은 경우 올해 대비해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도 2% 못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실장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1.9%)보다 소폭 반등한 2.2%로 전망했다.
이대기 연구실장은 내년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인해 올해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순이자마진은 평균적으로 6~9bp 하락했다는 것이다.
내년 국내은행이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은행들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가계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기업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으나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 기업대출을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신예대율 적용, 인터넷전문은행 영업확대 및 신규 인가 가능성, 오픈뱅킹 시행 등으로 예금 수취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들은 국내은행에 대한 건전성 문제도 지적했다.
정 소장은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당장 지표로 확인되는 것은 없지만 현재 기준 매출, 업황지수 등이 안 좋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은행들의 대출이 중소기업 부문으로 갔을 때 건전성 부문이 문제된다"고 우려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도 "저금리 상황속에도 연체율, 건전성 지표가 좋다보니 부실이 이연되는게 아닌가, 시스템 내 더 큰 상황이 됐을 때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당장 연체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 지표를 유지하도록 건전성 관점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국장은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등 지방은행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방은행이 3분기까지 ROE 7%대로 떨어졌다. 내년엔 그것도 안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경기가 안 좋고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반면 가계대출이 없다보니 만기기간이 짧고 하락폭이 더 크다"며 "지방은행 생존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소장도 "지방 가계대출 55%가 넘는데 수도권은 30%대 수준"이라며 "지방은행은 부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기 연구실장은 "수출·내수 동반부진에 따른 건전성 악화는 일정부분 불가피하나, 급격한 부실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취약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소장은 "향후 2~3년은 산업, 경제, 환경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과정에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혁신도모를 위한 것으로 위기보단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은행산업 경영과제는 은행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생각하는 게 좋다"며 "전체적으로 비은행과 같은 덩어리로 보고 앞으로 어떻게 전략적 시각을 가져야 할지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