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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해봤어?" 수은-SK건설, 런던 뚫은 비결

  • 2019.11.27(수) 16:38

수은, SK건설 수주 '런던 터널 사업' 금융지원
"트랙레코드 중요…다른 유럽이나 미국 도전 가능해져"
"런던시 기본 교통량 보장…리스크 보강"

SK건설이 시공사이자 사업주로 참여한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건설·운영사업'에 한국수출입은행이 PF(Project Finance) 방식으로 대출 1억9000만 파운드를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사업은 템스강 하저에 총연장 1.4km의 편도 2차선 터널을 뚫고 25년간 하저터널을 운영하는 민관협력사업(PPP)이다. 총 사업비만 10억 파운드(한화 1조5121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이 선진국 민관협력사업 인프라시장을 개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건설사와 금융기관은 어떻게 이 사업을 추진했을까. 27일 하두철 수은 인프라금융팀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 SK건설이 언제 금융 지원을 요청해왔나
- SK건설이 호주,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국가 기업과 함께 사업주를 구성하고 금융기관을 태핑하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다. 영국에 대한 시각이 흔들릴 수 있었다. 작년말 SK건설이 금융지원을 요청해왔다. SK건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외 인프라 민관협력사업을 해왔고 그때마다 수은이 금융지원했다. 이번 사업에도 SK건설 '캐파'는 문제가 없었다. 영국에 들어갈 기회가 왔는데 왜 안하겠냐. 한번 해보자 했다.

수은은 지난 2월 SK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여신확약서'를 발급했고 지난 5월 이 컨소시엄은 이번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사업 제안을 보고 리스크 등은 없었나
- 영국은 민관협력사업의 원조 나라다. 제도 등이 거의 완벽하다. 사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금융기관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한다. 기존 금융기관과 계속 거래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어서다. 공적수출기관으로서 수은의 장점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선진국에서 수주한 첫 민관협력사업 인프라 사업이라는데
- 그간 단순 시공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 많이 진출했었다. 하지만 이번은 시공과 함께 투자개발형으로 지분투자도 함께 들어간다. 그간 선진국에선 기존 투자개발 경험이 많았던 현지기업이나 글로벌 회사가 딜을 이끌었다. 단순 시공자가 아닌 개발자로 들어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SK건설은 시공사로 이윤을 내고 지분투자로 몇십년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SK건설은 사업지분 10%를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호주 맥쿼리(Macquarie), 스페인 신트라(Cintra), 네덜란드 BAM, 영국 Aberdeen 등 기업이 나눠갖고 있다. 또 SK건설은 건설부문에서도 20%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80%는 스페인 페로비알 아그로망(Ferrovial Agroman), 영국 밤 누탈(Bam Nuttal)이 보유하고 있고 세곳이 실버타운 터널사업의 EPC(설계·조달·시공)를 맡았다.

▲ 해외 수주할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랙레코드(운영실적)다. '이런 나라에서 해봤어, 안해봤어'라고 묻는다. SK건설이 런던에 들어갈 때 가장 큰 힘은 이전에 터키에서 비슷한 사업을 두건 정도 해봤기 때문이다. 이제 런던까지 뚫었으니 이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 등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SK건설은 2012년 터키 유라시아 터널 건설·운영사업과 2018년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도로 건설·운영사업 등 해외 인프라 PPP 사업을 수행해왔다. 두 사업 모두 수은이 금융 지원했다.

▲ PF 방식으로 대출하는데 (기업 신용을 기반으로 여신을 제공하는 '기업금융'과 달리 PF는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프로젝트의 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을 제공한다.)
-해외 PF는 크게보면 발전소, 석유화학, 자원개발, 인프라 등 프로젝트에 적용된다. 3분2정도는 교집합이 있고 나머지 3분1정도가 섹터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자원개발 분야는 원자재의 시장가격이, 발전소는 전기요금이 중요하다. 이번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는 유료도로 가격을 누구에게 어떻게 받는지가 중요했다. 도로 사용료가 모자랄 경우 정부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 줄 것인가, 도로를 잘 만들고 유지만 하면 일정 금액을 꼬박꼬박 줄 것인가 등 돈 받는 방식이 중요하다.

▲ 이번은 어떤 방식인가
-기밀 협정상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수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보강했나
-5시간짜리다(웃음). PF에서 위험은 없어지지 않는다. 항상 존재한다. 중요한 것을 위험을 어떻게 잘 분배하느냐.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런던시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런던시가 어떤 보상을 제공할지, 그것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번 프로젝트는 컴퍼터블(comfortable)하고 릴라이어블(relievable)한 계약이라고 자평한다. 유료 도로 사용료 등 수익에 관련해선 런던시가 기본 교통량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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