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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비상벨이 울린다]⑧'보험 앱'에 사명 빼는 이유

  • 2019.12.20(금) 18:02

'인슈어테크' 조명받지만 걸음마 단계
'보험은 고리타분' 인식 개선하고 규제 풀어야
"헬스케어로 새 고객 창출, 손해율 낮출수 있다"

보험산업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핵심 사업의 데이터는 일제히 '역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위기의 내용이 복합적이어서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보험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색해본다. [편집자]

국내 보험사들이 밀레니얼세대인 2030층을 겨냥해 만든 앱(App)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앱 이름에 사명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가 설명한 이유는 이렇다.

"보험사 이름을 달면 애초에 다운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금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사방이 위기로 둘러싸인 보험사들이 2030층으로 고객층을 넓혀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보험사는 고리타분한 금융사'라는 인식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이 될 2030세대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SNS마케팅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 등의 시도들을 해봤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보험이라고 하면 마케팅 전화 등에 개인정보가 이용될 것으로 생각하는 등 좋지 않은 인식이 박혀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험산업의 위기를 타파할 대안으로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를 합한 '인슈어테크(InsurTech)'를 꼽는다. 비효율적인 보험산업의 낡은 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먹거리를 찾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 보험업계는 앱에 사명조차 넣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 고작 3%

3%.

지난해 기준(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 국내 핀테크기업 300여곳 가운데 인슈어테크 기업의 비율이다.

토스를 중심으로 한 결제 및 송금 관련 핀테크 기업(32%)과 보안인증,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금융이 아닌 기술기반 기업(25%) 등이 국내 핀테크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인슈어테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핀테크 성장 가운데서도 보험업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돼 온 것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데다 은행, 카드와 비교해도 더욱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2년 306곳에 불과하던 글로벌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2017년 600곳으로 늘어나는 등 최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고객데이터 활용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인슈어테크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슈어테크 투자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는 미국시장의 경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인슈어테크 유니콘 오스카헬스(Oscar), AI가 보험상품 추천부터 가입, 보험금 지급까지 하는 레모네이드(Lemonade) 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인슈어테크는 중국, 인도가 주도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텐센트, 평안보험이 합작해 설립한 중국 최대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보험이 스마트워치에 기반해 일정량 이상 운동량을 보이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규제 벽 아직 높다"

국내 인슈어테크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규제도 한 몫한다. 특화전문보험사 진입규제 개편,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으로 당국이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워낙 강력한데다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헬스케어서비스 역시 의료관련 정보의 이용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규제샌드박스 도입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상 선정되는 기업이나 서비스는 매우 한정돼 있고 비슷한 서비스임에도 개별회사별로 심사를 다르게 하고 있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슈어테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헬스케어서비스 역시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이 쉽지 않아 한계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보험사와 핀테크업체의 협업에 어려움도 있다.

인슈어테크 관련 IT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와 업무제휴를 통해 협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보험사에 접목해야 하는데 보험사의 덩치가 큰 만큼 실시간으로 변화되는 상황을 접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기술을 영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기술을 자체 플랫폼으로 이전해 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역시 자칫 기술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이 많은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아이디어나 기술이 현재의 보험생태계에 접목하거나 경영자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검증된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커져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규모가 작은 신생 스타트업들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경영진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 구조와 스타트업 간의 이해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해외와 인슈어테크 산업 발전의 간극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좋은 아이템 헬스케어"

국내 보험사들도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를 통해 판매조직을 전통적 채널에서 디지털채널로 전환하고 보험계약심사 및 청구기능에 AI,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사적 디지털화를 통해 보험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작업을 실현 중이다.

KB손보는 SK텔레콤과 손잡고 고객의 운전습관에 따른 맞춤형 자동차보험 상품을 개발중이다. AIA생명은 걸을수록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AI 챗봇을 활용한 고객상담 및 계약관리 서비스는 거의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도입했다. 스타트업, 대형 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보맵, 레몬클립, 다디익선, 굿리치앱 등 보험설계 및 컨설팅 플랫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보험금청구 간소화 시스템 도입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보험금청구 단계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사기를 걸러낼 수 있는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한화손보, SK텔레콤, 현대자동차가 합작한 디지털손해보험사 '캐롯손보'가 올 하반기 출범했으며, 내년에는 삼성화재가 카카오와 손잡고 디지털손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특히 보험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헬스케어서비스다. 보험이 '질병이나 사고가 일어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 생애에 걸쳐 건강관리를 해주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2030세대에 심어줄 수 있어서다.

헬스케어서비스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기존에 보험사 중심의 상품개발과 푸시(Push) 마케팅에서 벗어나 고객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김세호 삼정KPMG 상무는 "보험시장이 포화되고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은 바로 헬스케어"라며 "보험사는 헬스케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한편 고객의 건강관리를 통해 손해율을 낮춰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까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미미한 수준으로 단기에 이를 통해 고객 창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한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보험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인슈어테크를 하나의 대안이나 새로운 시도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보험업 전반 그리고 기업전반의 변화와 혁신 관점에서 접근해야 앞으로 보험사들의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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