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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사망 보장이 사라진 자리

  • 2020.06.22(월) 09:30

과거 한국 보험 산업은 생명보험사가 주도했다. 1990년대는 사망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종신보험 전성기였다. 누구나 종신보험에 가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생명보험사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종신보험의 보험료 효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손해보험사가 제3보험으로 적극 진입하며 한 증권에 다양한 보장을 담을 수 있는 통합형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과 사망 그리고 진단과 진단 이후 및 비용손해를 아우르는 설계가 가능한 상품은 그 자체로 혁신이었다.

통합형 상품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많은 소비자가 선택을 했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이 쌓아 놓은 종신보험 계약은 빠르게 대체되었다. 당시 손해보험사의 전략은 '사망보장 복층설계'였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사망을 종신토록 보장하는 계약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문제는 죽는 시기다. 평균 수명 이상 생존 후 찾아온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슬픔만을 남긴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자체로 남겨진 가족에게 재앙이다. 따라서 사망보장은 사람이 피보험목적인 인(人)보험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었다.

과거 조기 사망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선택지는 종신보험이 전부였다. 하지만 손해보험사가 통합형 상품을 출시하며 펼친 사망보장 복층설계는 기존 종신보험의 보험료 효율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피보험자에게 높은 사망보험금이 필요한 시기는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막내 자녀의 독립까지로 본다. 그 이후에 찾아 온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슬픔이지만 생존을 위협할 위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는 제3보험을 활용한 사망보장 복층설계를 통해 사망보험금이 꼭 필요한 시기에 보장을 집중했다.

예를 들어 5살인 막내 자녀를 둔 35세 가장에게는 그가 60세가 될 때까지만 높은 사망보장이 필요하다. 25년 뒤 막내도 30세가 된다. 이후 친부의 사망은 경제적으로 큰 위험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는 제3보험의 질병사망 및 상해사망을 활용하여 필요한 시기 사망보장이 집중될 수 있도록 복층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이 때문에 기존 종신보험은 비교되기 시작했고 높은 보험료로 인해 낮아진 보험금 효율이 문제되었다.

실제 제3보험으로 사망보장을 복층으로 설계하면 생명보험의 주계약과 비교 낮은 보험료로 필요한 시기 높은 보험금 효용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절약된 보험료를 암이나 뇌 그리고 심장질환의 진단비와 진단 이후 간병 및 후유증을 대비하는 생존기 보장에 재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이를 활용하여 손해보험사는 제3보험의 생존담보를 선점했고 넉넉한 장기 계속보험료 수익을 확보하여 생명보험사의 단기 순이익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후 생명보험사는 축소된 종신보험 시장을 변액종신이나 CI종신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 또한 사망보장이 중심인 보험 상품으로 사망 보장의 보험료 효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또한 작년 발표된 제9회 경험생명표를 참고할 때 남성 83.5세, 여성 88.5세로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길어져 보험 소비자도 조기사망 위험보다는 생존기 진단과 진단 이후 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 구성 중 1위를 차지하고 비혼 등 삶의 방식이 변한 것도 사망 중심의 생명보험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가장의 책임', '남겨질 가족' 등을 강조하는 종신보험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도 최근 제3보험의 생존보장을 강화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 사망의 위험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망보장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18년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보험 소비자가 선호하는 3대 진단비가 보장하는 질병인 암과 심장질환 그리고 뇌혈관질환은 각각 사망원인 1위와 2위 그리고 4위에 이른다. 질병을 통한 조기 사망의 위험은 지속되고 있으며, 교통사고 등 상해사고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작년 한 대형 생명보험사가 발표한 10년 간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 지급액은 2995만원이다. 이는 미국 약 1억9000만원, 일본 약 2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생존담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인(人)보험 컨설팅의 기본인 사망보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탓이다. 해당 금액은 조기 사망 시 남겨질 가족의 생계 등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손해보험사도 사망 보장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진 않다. 손해보험사의 제3보험 계약을 살펴보면 3대 진단비를 설계하기 위한 연계비로만 사망보장을 활용하는 것이 관찰된다. 질병사망 가입금액은 턱없이 낮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해사망만 과도하게 설계된다. 이렇게 해서는 조기사망 위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최근 생명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을 중심으로 정기보험 형태의 사망보장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손해보험사도 2~30년 만기 재가입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저렴한 보험료로 사망보장이 필요한 시기 높은 보험금을 준비할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사망보장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떨어지고 있지만 조기 사망 시 보장 공백이 없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과거처럼 생명보험의 종신보험이나 손해보험의 사망보장 복층설계가 아니더라도 높은 사망보장 효용이 가능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가 죽지만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에 사망보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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