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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카카오페이 없이 못사는 세상

  • 2020.09.22(화) 17:40

증권·보험·자산관리 '한번에'…무서운 확장성

어젯밤 퇴근길 바나나를 사려고 동네 식자재마트에 들렀습니다. 계산대에서 내민 것은 카카오페이. 모바일 간편결제수단의 하나인데요. 카카오페이 계좌에 현금을 이체를 해놓고 결제할 때 앱이 생성하는 바코드나 QR코드를 찍으면 결제금액이 계좌에서 빠져나갑니다.

직원분은 제가 내민 화면을 보고 "이건 뭐예요?"라고 묻더군요. 바코드 기계로 스마트폰 화면을 찍어보고 포스기 버튼도 수차례 눌러본 뒤 직원분이 내린 결론은 "안된다"였습니다. 지갑을 안 갖고 왔던 터라 신용카드를 연동시켜 놓은 삼성페이를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자재마트가 카카오페이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가맹점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시도하는 주민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말로 바꿔볼 수도 있을 텐데요. 실제 카카오페이는 대형 가맹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일은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건 신용카드 사용액을 줄여보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목표는 월급이 통장을 스치는 속도를 늦추는 것. 결혼을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는데 돈 모으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에 '현타'가 왔습니다.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해보니 여러곳의 입출금 계좌를 연동해놓고 관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신용정보 올리기 기능으로 신용점수를 892점에서 894점으로 '2점' 올렸고 사망·암·뇌·심장질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도 했습니다.

쓰다보니 펀드도 들게 되더군요. 투자성향을 분석해 적정 투자상품을 제안한다는 문구에 혹했습니다. '글로벌 채권에 나눠서 #영리한 펀드'와 '유망 IT에 투자하는 #똑똑한 펀드' 등 두 상품에 총 1300만원을 3대1 비율로 나눠 넣었는데 현재 -0.43%의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사실 비슷한 기능은 다른 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송금을 한 후에도 계좌 잔액 현황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 화면을 종종 목격하실 겁니다. 대부분 스크래핑 작업을 거쳐 개별 계좌 정보를 불러오는데, 이 과정에 몇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즉각 반영되더군요. 주기적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최신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축은행이 현재 오픈뱅킹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저축은행 계좌 잔액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어느 앱에서나 아쉽지만요.

카카오페이는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22일 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버킷리스트' 서비스 출시를 밝혔는데요. 평소 이루고 싶었던 목표와 금액, 주기 등을 설정해 놓으면 자산을 알아서 관리해줍니다. 매월 50만원씩 총 500만원을 모으도록 설정해두면 그걸로 할일은 끝납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카카오페이 선불계좌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연동시킨 뒤에 여러개로 쪼개는 겁니다. 쪼개진 공간은 버킷리스트 운영을 위해 활용됩니다. 예·적금 계좌를 개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지만 실제 은행 혹은 증권사 신규 계좌를 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간편합니다.

카카오페이는 데이터 분석 기반 자산관리 가이드인 '잘 모으기 부스터'도 선보였는데요. 유저의 소비 경향을 분석한 뒤 특정 소비가 발생할 때마다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버킷리스트로 보내는 겁니다. 모든 과정 속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죠르디가 등장하는 점도 재밌습니다.

이제 카카오페이의 서비스 영역은 결제부터 투자, 보험, 계좌운용 등까지 다양해졌습니다. 이승효 카카오페이 부사장은 세미나에서 "소수 자산가만 누리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하겠다"며 "카카오페이 하나로 모든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사장은 "마이데이터 산업이 만들어낼 세상을 미리보는 것"이라고도 소개했는데요. 각각의 개인이 데이터 주권을 갖고 있다고 보고 개인 승인만 있으면 다른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라도 가져와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게 마이데이터 산업의 청사진입니다.

현재 마이데이터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도전장을 낸 기업은 모두 40여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인가 신청을 한 기업을 심사하기 시작해 내년 1월께 발표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페이를 제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이미 카카오페이가 쏘아올린 공은 높이 떠올랐습니다. 시장의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카카오페이가 시장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금융서비스의 주요 축을 담당했던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은 앞으로 어디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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