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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예외없다]피해 보상은 가능할까

  • 2020.12.14(월) 11:25

보이스피싱 검거해도 100% 보전은 힘들어
최후 수단은 민사소송…기나간 공방 각오해야
계좌거래나 상품권 사기 등 '골든타임'은 존재

보이스피싱으로 당한 피해는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까?

금융권과 경찰, 법조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더라도 사실상 피해를 보상받긴 힘들다. 최후의 수단으로 민사소송 카드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설령 소송의 요건이 성립하더라도 지루한 법적 공방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피해 사실을 안 직후에 발 빠르게 행동하면 그나마 피해금액을 최소화하거나 소액이라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존재한다. 

◇ 보이스피싱범 검거…그 이후는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당을 검거했다고 예를 들어보자.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해당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계좌의 잔액, 현금 등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이후 경찰이 이 돈에 취하는 조치는 크게 두 가지로 기소 전 몰수보전명령과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 등이다. 

기소 전 몰수보전명령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지고 있는 돈이 명백하게 사기 행위에 따른 결과물로 입증됐을 때 이 돈이 다른 계좌 등으로 빠져나가는 않도록 방지하는 조치다.  반대로 얘기하면 사기 행위로 벌어들인 돈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범죄 조직이 이 돈을 다른 계좌로 빼돌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엔 범죄수익이 아니더라도 범죄조직이 보유한 자산을 통째로 묶어 둘 수 있는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기소 전 몰수보전명령이나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유했던 자산을 확보하게 되면 경찰은 이후 해당 조직에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된 피해자들에게 보전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점조직화돼 있어 사실상 피해금액을 제대로 돌려받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보이스피싱은 중간전달책, 수거책을 맨 아래 두고 총책은 보통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통상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중간 전달책이나 수거책인 경우가 많고 이들이 보유한 금액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수거책을 검거할 경우 이 사람이 수거한 금액과 피해자의 통장 거래내역 등을 대조해 피해자의 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게 되면 보전 받을 수 있지만 이 절차가 오래 걸린다"면서 "사실상 피해액을 보전 받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 골든타임은 있다 ①계좌이체

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있다. 경찰, 금융감독원, 법조계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얼마나 빠르게 피해 사실을 인지하느냐에 따라 피해금액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타인의 계좌로 금액을 이체한 경우 송금한 금융회사와 송금받은 금융회사 두 곳 모두에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게 일순위다. 물론 범죄 조직이 송금된 돈을 인출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을 당한 A씨가 B은행 계좌에서 C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을 했을 경우 본인의 B은행 계좌와 범죄 조직의 C은행 계좌 모두에 대해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그나마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지연이체제도,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등을 통해 거액을 송금하고자 할 경우 이체시간을 3~5시간 이후로 정하거나, 해당 고객에게 보이스피싱이 아닌지를 유선으로 확인하도록 해놨다.

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은행들 역시 최소한의 장치를 준비해 놨다"면서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고액을 송금하는 경우 이상거래로 탐지해 해당 고객에게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를 묻는 절차 등을 마련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 골든타임은 있다 ② 상품권 사기

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대비 장치를 속속 마련하자 최근 상품권을 이용한 사기가 활개치고 있다. 온라인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현물 상품권에 적혀있는 핀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상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악용해 상품권 구매를 유도한 뒤 핀번호만 빼내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품권 보이스피싱은 편의점이 주된 통로로 사용하는 데 금융회사 직원들과 달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게다가 상품권 핀번호는 온라인에서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다른 기관이나 회사 자산으로 세탁도 쉽다"라고 설명했다.

상품권의 핀번호를 추적해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추적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구글 측은 구글 기프트카드 사기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핀번호가 사용된 구글 아이디 등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상품권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되면 해당 핀 번호를 먼저 등록하거나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범죄 조직보다 먼저 핀번호를 등록하면 현금으로 돌려받긴 힘들더라도 자신이 쓸 수는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범죄 조직보다 먼저 상품권 핀번호를 등록하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이후 환불은 상품권 판매회사 규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100% 모두를 보전하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권 사기는 피해 보전이 가장 어려운 수법 중 하나"라며 "결국 금전요구나 기관사칭, 지인사칭 등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마지막 방법은 민사소송…기나긴 공방 각오해야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은 민사소송이다. 이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핵심이다.

먼저 계좌이체를 한 경우 송금을 받은 계좌의 주인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계좌주가 통장 거래로 사기에 이용당했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계좌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명의를 도용당했다면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법적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 

도용당한 개인정보로 대출 등이 이뤄진 경우 해당 금융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치열한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없다.

실제 2016년 서울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공인인증서를 내준 뒤 사기 대출 피해를 당한 15명이 아프로파이낸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당국이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을 최소한이라도 보전해 주자는 취지로 보이스피싱이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일정부분을 보상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민사소송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명확히 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 이후에도 기나긴 법정 공방은 각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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