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2년 전 야심 차게 시작한 알뜰폰 사업인 'LiiV M'이 좌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업을 계속 유지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추가 허가 절차가 필요한데 KB국민은행 노조가 태클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 은행들은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어 직접 사업권을 획득하는 정공법을 택한 KB국민은행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KB국민은행의 'LiiV M'에 대한 사업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LiiV M'은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판단될 경우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는 특례를 말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되면 2년간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새로운 서비스를 펼칠 수 있고, 2년 뒤 다시 심사를 거쳐 최대 4년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데 'LiiV M'는 재허가가 불투명해졌다. 재심사를 앞두고 KB국민은행 노조 측이 금융위에 재허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애초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금융위가 직원들의 실적 경쟁을 압박해선 안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이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가입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면서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Liiv M' 전담 파트타이머를 배치하는 등 별도 조치를 취하면서 온라인 가입을 유도해 영업점의 부담은 미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iiv M' 개통 고객 중 영업점을 통한 비율은 1%가량에 불과했다.
그러자 금융권 안팎에선 KB국민은행 노조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때 허인 은행장이 수익보다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경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노조의 주장대로 기존 고유업무에만 매몰되면 은행산업이 발전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고 꼬집었다.
한때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견제했던 알뜰폰 업계도 오히려 KB국민은행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나서면서 3대 통신사가 제공을 꺼리던 5G 알뜰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 계기가 됐다"면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키워준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알뜰폰 사업자와 손잡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면서 KB국민은행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2019년 11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와, 신한은행은 지난 6일 카카오의 계열사 스테이지파이브와 금융 및 통신서비스 융합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두 은행 모두 금융 실적을 반영한 요금제 출시 등의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은행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LiiV M'과 서비스 내용은 비슷하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하나와 신한은행이 대기업 계열사와 협업해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공법을 택한 KB국민은행만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