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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 보험료 더 올려야 한다는 손보사들, 왜?

  • 2021.11.25(목) 07:05

실손보험 손실액↑·차보험 손해율 상승세
내년 대선으로 정치권 인하 압박 거셀듯

손해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에도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실손의료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요원할 전망이다. 실손보험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자동차보험은 반짝 흑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보험료 인상이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간 내년도 보험료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보험료 인상에도…손실액 '2조'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 1~3분기말 기준 손보사의 일반 실손보험 잠정 손실액은 1조9696억원을 기록했다. 손실액은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운영비용이나 사업관리비를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뺀 금액이다.

지난 9월 말까지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위험보험료는 6조3576억원, 발생손해액은 8조3273억원을 기록했다. 지급한 보험금이 2조원가량 더 많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았을 때 보험금으로 131원이 나가면서 31원만큼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성행, 새로운 비급여 항목 생성, 무분별한 비급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지급보험금 증가로 손해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손보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전체 손실액이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2018년 1조3594억원, 2019년 2조4772억원을 기록했던 손실액은 2020년 2조4229억원으로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듯했으나 올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올초 실손보험료를 올렸으나 적자 폭이 되레 커지고 있어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지난해 손해가 큰 1·2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2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평균 10~12% 인상하는데 그쳤다.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일부 가입자의 실손 보험료를 인하해줬다. 이를 고려해 손보업계는 올해에도 20%안팎의 인상률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줬다. 

4년 만에 흑자? 10월 손해율 상승세 

2017년(266억원) 이후 4년 만에 흑자가 기대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도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시장점유율(MS)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4개 상위 손보사의 지난 9월까지 평균 손해율은 78.7%로 지난해 9월 84.8%와 비교해 6.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초 보험료 인상, 태풍·폭우 등 계절적 피해 감소, 코로나19에 따른 운행량 축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손보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인 78∼80%에 부합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게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1위사 삼성화재는 올해 1~3분기 전년동기대비 62.5% 급증한 1조2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3.2% 증가한 3877억원, DB손보는 46% 확대된 645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467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처음으로 6000억원대, 4000억원대 순익을 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10월 들어 손해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게 손보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삼성화재의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0%로 전월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해상은 82.3%, DB손보는 80.3%로 전월대비 각각 2.6%포인트, 3.9%포인트 올랐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교통량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연말로 갈수록 손해율이 오르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8.1%였지만, 11월 91.7%, 12월 93.9%까지 상승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향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뿐 이를 빌미로 다시 보험료를 인하하면 적자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내년도 보험료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당국에서도 보험료 인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로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센 점이 문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 보험료가 오른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 폭이 수년째 제한돼왔다"며 "좋은 실적이 곧바로 보험료 인하 근거로 연결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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