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뒤 입원을 하면 고액의 실손의료 보험금을 탈 수 있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백내장 수술이 입원 치료로 인정돼 실손보험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해줬는데요. 최근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입원 치료가 아닌 통원 치료로 봐야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통원 치료는 실손보험금이 1회당 20만~30만원(연 180회 제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앞으로 백내장 수술을 하고 몇백만원의 보험금을 타는 게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백내장 수술을 고려하고 있던 가입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수 있겠습니다. 보험 가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런 판결이 '왜' 나오게 됐는지, 다른 의료행위까지 이번 판결 여파가 미치지 않을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 다 보겠습니다.
우선 이번 판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볼게요.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9년 8월9일 서울 한 안과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같은 달 16일에 왼쪽 눈, 다음날인 17일에는 오른쪽 눈에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을 받았죠. 수술은 준비에서 종료까지 각각 2시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돼 환자의 개별 치료 조건과 무관하게 입원 치료를 인정 받았습니다.
포괄수가제는 검사-진단-처치 등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필요한 여러 가지 치료행위 전체를 하나의 가격으로 매기는 진료비 책정 방식입니다. 백내장 수술은 병원에서 6시간이 안 되게 머물고 당일 귀가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입원 치료로 인정 받아온 겁니다. 포괄수가제가 입원 치료를 기본 전제로 해섭니다.
백내장 수술 비용을 자세히 알아보면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합해 한쪽 눈 당 평균 400만~600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양쪽 모두 수술을 받기 때문에 1000만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대부분 보장돼 한쪽 눈당 평균 20만~30만원하는 단초점 렌즈 삽입술도 있지만, 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어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많다고 합니다.
A씨의 경우 입원 치료는 1년에 5000만원, 통원치료는 하루에 25만원까지 받는 실손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였죠. 당연히 백내장 수술을 받고 현대해상에 "보험금 684만원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험사는 "입원 치료가 아니라 통원 치료"라고 보고 민사 소송을 낸 겁니다. 보험금을 다 줄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1심에서 보험사는 졌습니다.
그런데 2심은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종합병원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 처치·수술을 받고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관찰을 받았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백내장 수술을 받은 병원에는 입원실이나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데 입원 치료를 받는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 거죠. 실제 입원 여부가 입원 치료 실손보험금을 받는 데 중요 조건이라고 본겁니다.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이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고요. 대법원에서 이런 결론이 난 이상 앞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는 건강보험 비급여 수술 비용의 상당액을 실손보험금으로 지급받기 어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