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순익 핵심은 이자이익이다. 은행 순익중 80% 이상이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한다. 이 때문에 대출자산 증가는 은행의 핵심 성과지표중 하나다.
토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당면과제는 대출자산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토스뱅크는 예대율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다른 은행에 비해 더욱 급한 것이 대출자산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문제는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자산을 가장 빠르고 쉽게 늘릴 수 있는 가계신용대출 중 일정 수준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한다. 아무리 수요가 많다고 해도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에 토스뱅크는 대출자산 증대는 장기간 목표로 삼은 모습이다.
대신 토스뱅크가 가지고 있는 금융권 최고의 경쟁력인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를 바탕으로 하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과의 협력이 결과물이다. 토스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비이자이익의 성장세를 이끌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출포트폴리오, 천천히 늘리자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가계신용대출만 취급하다가 올해 2월에 들어서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장님 대출'을 출시했다. 다시 말해 현재 대출 포트폴리오는 가계신용대출, 소상공인대출 단 두가지 뿐이다.
이 두가지 시장이 적극적으로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실화 등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가계신용대출의 경우 30%가량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부실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 했다고는 하지만 금리상승기라는 게 또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수요자들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대출을 꺼리게 된 것이다.
당장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가계신용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장님 대출을 출시했지만 고물가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나아가 정부에서는 소상공인 대출의 금리를 인하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결국 토스뱅크가 대출자산을 당장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부실 리스크가 적고 가계신용대출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건당 규모가 커 빠른 대출자산 확보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는 수밖에 없다는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이 지난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시장 공략에 힘을 보태는 것과는 반대의 양상이다.
이와 관련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6월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대출의 경우 금리, 규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경우 이제 출범한지 1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대출자산을 끌어올려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라며 "통상 여신은 취급한 이후 최소 1년동안은 그 리스크에 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 하락 징조가 나타나고 있고 금리도 너무 오른 상황이라 예전처럼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고, 특히 신생은행에게는 더욱 그렇다"라며 "조급함이 필요없다는 것을 토스뱅크 역시 잘 알고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만의 무기로 '성장력 입증'
아무리 대출 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해도 토스뱅크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특히 토스뱅크와 토스뱅크의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벤처캐피탈로부터 많은 자금을 수혈한 상황이다. 성장성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이에 토스뱅크는 막강한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바로 꾸준히 토스뱅크를 찾는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다.
토스뱅크는 출범이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지 않고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토스앱에 뱅킹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토스앱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금융 수퍼앱'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토스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MAU는 1390만명으로 전 금융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은 MAU가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계열사 토스증권이 입증했다. 토스증권은 올 2분기 주식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매 수수료 수익을 1분기보다 2배 이상 늘린 110억원 가량을 번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2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를 통해 확보한 MAU가 토스증권 고객확보로 이어졌고 이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며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 사례라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최근 토스뱅크 역시 비슷한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토스뱅크만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타사의 상품을 광고하면서 비이자이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높은 MAU를 갖춘 회사만이 가능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토스뱅크는 '내게 맞는 금융상품 찾기'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첫 단추로 한국투자증권의 연 4.5% 발행어음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토스뱅크는 이 발행어음 판매 성과에 따라 광고료를 수취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성공했다. 이번에 토스뱅크를 통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총 2000억원 한도로 판매됐는데 출시 4일만에 완판을 달성한 것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통상 어음의 경우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량을 달성하기 쉽지 않지만 4일만에 완판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금융상품 찾기 서비스를 통해 토스뱅크의 비이자이익도 성장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 역시 '금융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져다나가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역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보면 타사의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부분을 플랫폼 수익으로 따로 구분하며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토스뱅크의 경우도 높은 MAU와 이번 상품판매의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플랫폼 정체성을 구축하고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