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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없는 안심전환대출…'바늘구멍' 조건 바뀔까

  • 2022.09.20(화) 07:41

이틀간 5천건…2019년 일주일간 20만명 몰려
'3억이하' 신청 주택가격이 흥행실패 요인
금융위, 내년 대상 주택가격 상향 검토

금리상승기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 상승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못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책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것이다. 

9월 15일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 날 은행 객장 모습. 은행객장을 찾은 고객은 많았으나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기다리는 고객은 찾기 힘들었다. /사진=이경남 기자 lkn@

안심전환대출 이틀간 신청 건수 5105건 뿐

20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청이 완료된 안심전환대출은 5105건(49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500가구가 신청한 것으로 주민등록번호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5부제 신청'을 적용한 것을 고려했을 때 오는 21일까지는 약 1만건이 신청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에 따른 5부제 신청방식에 따라 일 평균 접수량은 매번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1차 신청은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데 현재 추세와 본부부서의 예상 등을 종합하면 이 기간 동안 신청건수는 약 2만건 가량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집계대로라면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가구는 평균 1억원 가량의 대출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1차 신청 기간동안의 신청 건수가 모두 통과될경우 약 2조원 가량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마련된 재원 25조원중 8%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신청가능 주택가격이 4억원 이하로 상향조정되는 2차 신청이 마무리되도 재원중 절반 가량은 남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출시된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해서는 사실상 흥행참패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19년 마련된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1주일만에 17만건이 넘게 신청됐고 신청금액은 당초 마련된 재원 20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과 무엇이 달랐나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대출을 1.85~2.2%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출이다. 2019년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완화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즉 대출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았다.

이번에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대출을 3.70~4.00% 고정금리로 대환해준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9년에 비해 금리대는 높지만 매력은 당시보다 더 높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핵심조건인 주택가격과 기타 조건이 과거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 당시 안심전환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 △기존대출 범위내 최대 5억원 한도 △부부합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경우 신청이 가능했다. 반면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3억원 이하 주택(2차 신청부터 4억원으로 상향) △기존 대출 범위내 2억5000만원 한도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등이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제한이 오히려 과거의 30% 수준에 그친 것이 흥행에 실패한 주요인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 3억원 이하라는 점은 아파트 거주자는 사실상 대상이 되지 않고 다세대, 빌라 등에 사는 가구만 해당이 된다고 보면 된다"라며 "특히 2019년과 비교해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신청 주택가격 금액이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인기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B부동산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평균가는 4억8703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전에 출시된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았던 2019년 9월의 경우 3억4739만원으로 약 3년새 1억4000만원 가량 증가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위, 안심전환대출 조건 바꿀까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주택가격 상한이 증액되는 2차 신청일이 되더라도 신청건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내달 6일부터 17일까지는 현행 주택가격 3억원 이하에서 신청이 가능하던 것이 4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하지만 전국의 평균집값이 이미 4억원을 넘어선 현 상황에서 한도가 상향된다 하더라도 신청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은 물론이거니와 지방 주요도시들의 주택중 4억원 이하 주택을 찾는것이 쉽지 않다"라며 "현재 은행권에서는 이번에 마련된 재원중 많아야 30~40%가량만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재원을 지난 2019년 보다 5조원 늘린 25조원으로 마련했지만 주택가격이 이미 크게 올라 있고 신청조건이 까다로워 정작 이를 다 쓰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 영업점 한 관계자는 "신청이 저조해 4억원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재원이 모두 소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대상이 바뀔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라며 "안심전환대출의 핵심은 선착순이 아니라 주택가격이 낮을 수록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4억원을 다소 넘는다 하더라도 심사에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본부부서에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서민을 위해 마련된 상품인 만큼 무작정 주택가격을 확대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흥행 저조를 감안해 내년 안심전환대출을 재출시할 때에는 주택가격을 최대 9억원까지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신청자가 다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안심전환대출에서 소진되지 않는 재원을 내년에 출시할 안심전환대출에 합산해 재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은행 리테일 금융 부서 관계자는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청 주택가격의 상한을 9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이번과는 달리 신청이 쇄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019년과 비교해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올해 소진하지 못한 재원을 내년에 예정된 20조원에 더해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한 이후 공급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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