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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덤프트럭·굴착기 '자동차일까 아닐까'

  • 2022.10.15(토) 12:12

작업장서 후진하던 덤프트럭은 '보험상 자동차'
도로주행 소형굴착기는 '도로교통법상 차' 아니야

문제1. 공사 현장에서 후진하다 작업자를 친 덤프트럭을 보험은 '자동차'로 취급할까요, '건설기계'로 볼까요? 

안타까운 사례가 있는 조심스러운 얘기입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자동차로 취급하는 것이 맞습니다. 분쟁조정기구에서 판단을 내리기 전 보험사는 건설기계로 봐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요. 무슨 얘긴지 한 번 들어보시죠.

이 기사와 관련 없는 한 공사 현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 도로 포장 공사현장에서 있던 일입니다. 폐아스콘을 적재하려던 덤프트럭이 후진하다가 안전관리자를 치었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습니다. 공사를 맡고 있던 A산업은 이 기사를 피보험자로 한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죠. 사고 시 형사합의금 등이 지급되는 B손해보험사 상품이었답니다.

A산업은 형사처벌 이후 이를 감경받으려고 피해자 유족과 형사합의를 했습니다. 그리곤 B손보에 보험금을 청구했죠. 하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말이죠.

관련 보험약관 내용은 이랬습니다. 

자동차사고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혀 형사합의금을 지급한 경우 이를 보상하며 자동차의 범위에 건설기계를 포함하여 자동차사고를 보장하되,
건설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은 자동차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건설기계=덤프트럭, 타이어식 기중기, 콘크리트믹서트럭, 타이어식 굴삭기 등)

사고 당사자는 "사고가 덤프트럭을 후진하던 중 발새한 것이지 트럭이 폐아스콘을 적재하는 등의 작업을 하던 중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 이동하던 중에 발생한 일이니 B손보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B손보는 사고가 덤프트럭이 공사현장에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던 중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맞섰죠. "폐아스콘을 운반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던 중이었으니, 건설기계로 사용되던 것이고, 그러니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 사건은 결국 금융감독원에 민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시비를 가려달라는 것이었죠. 금감원은 민원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합니다.

분조위는 쟁점들을 종합해 A산업과 사고를 낸 기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고 당시 덤프트럭을 자동차로 본 것이죠. 덤프트럭은 건설기계에 해당되고 고유한 작업장치는 적재함인데, 적재함에 화물을 상·하차하거나 적재함 자체를 작동시키는 등 적재함을 활용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적재함에 폐아스콘을 싣고 있는 상태였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 있었던 겁니다. 보험약관 상 자동차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사고장소도 공사현장 입구의 노상에 걸쳐있었다고 합니다.

문제2. 도로 위를 달리는 소형 굴착기(속칭 포크레인)는 자동차일까요, 건설기계일까요?

이건 보험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얘기일 수 있는데요. 앞 사례에서 유추하면 자동차라고 보기 쉽습니다. 다소 관점이 다르긴 합니다만 이 문제에서 답은 건설기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18호에서는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를 자동차로 포함시키고 있는데요. 이 단서는 다시 건설기계조종사면허가 아닌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가 필요한 건설기계의 종류를 국토교통부령에서 정하도록 해뒀죠. 

이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취급돼 운전면허가 필요한 건설기계는 △덤프트럭 △아스팔트살포기 △노상안정기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도로보수트럭 등이 있는데요. 

반면 △5톤 미만의 불도저 △3톤 미만의 지게차 △3톤 미만의 굴착기 등은 '소형건설기계'로 분류돼 조종에 운전면허가 필요없고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또 끔찍한 얘기입니다만, 지난 7월 수도권 한 도시의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어린이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굴착기에 치여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이른바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조항' 적용을 검토했는데요. 굴착기는 특가법 적용대상을 규정한 '도로교통법이 정한 자동차'에 포함되지 않아 결국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현재 법무부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굴착기, 지게차 같은 건설기계도 특가법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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