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IPO 시장에서 기술성장특례 상장의 문을 연 핵심 키워드는 '신약 플랫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단일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에 의존했던 바이오 상장 트렌드가 이제는 하나의 기술로 다수의 신약을 뽑아낼 수 있는 '확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진입한 제약바이오 기업 21개사 중 15개사가 기술성장특례를 통해 상장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중 절반이 넘는 8개사(53%)가 독자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술특례상장 기업 15곳 가운데 대부분이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한 진단이나 의료기기 기업들이었고 신약 개발 플랫폼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기업은 4곳에 불과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의 온코크로스, 단백질 및 RNA 기반 플랫폼을 보유한 셀비온, 차세대 줄기세포 기술 플랫폼의 이엔셀, 약효지속형과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오랄링크(oral link) 기술을 보유한 디앤디파마텍 등이다.
ADC·RNA·이중항체 등 기술 다양화
올해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이중항체 등 플랫폼 유형이 한층 다양해졌다.
지난 2월 상장한 오름테라퓨틱스는 신약 플랫폼 가치가 주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오름테라퓨틱스는 항체에 단백질 분해제(TPD)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DAC(항체-분해제 접합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 내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제거하는 방식으로, 기존 ADC의 작용 범위를 확장한 개념이다.
오름테라퓨틱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186억원이었으나, 현재 시가총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공모가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단일 파이프라인 성과보다 신약 플랫폼 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뮨온시아는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 플랫폼을 앞세워 5월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다. 복수 타깃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구조로,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이 강점이다. 상장 이후에는 개별 임상 결과보다 면역항암 플랫폼으로서의 지속성과 확장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달 상장한 인투셀은 차별화된 ADC 링커 플랫폼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항체와 약물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링커 기술은 ADC의 효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투셀은 이를 통해 ADC 기술 경쟁력의 근간을 담당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7월 코스닥에 입성한 프로티나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분석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직접 신약을 개발하기보다, 신약 타깃 발굴과 검증을 지원하는 분석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장기 약효지속성 주사 플랫폼을 앞세워 8월 상장했다. 기존 약물의 투여 간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로, 개량신약 및 기존 약물 확장 전략에 최적화된 제형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제형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12월 상장한 에임드바이오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약 7057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제약바이오 IPO 최대어에 올랐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이다. 특정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분야 중 하나다.
뒤이어 상장한 쿼드메디슨은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기반 약물전달시스템(DDS)으로 주목받았다. 주사제의 통증과 복약 순응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백신·호르몬·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부각됐다.
가장 최근인 12월 18일 상장한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와 원형 RNA(circRNA) 기반 플랫폼을 앞세워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다. 단일 유전자 치료 후보물질이 아닌, 여러 유전질환에 반복 적용 가능한 구조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기술이전·공동개발 등 사업 확장성 '장점'
과거 바이오 기술특례상장은 신약 후보물질 자체의 성공 가능성에 평가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차별화된 작용 기전(MOA)이나 임상 단계의 진척 여부,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 등이 기술성 평가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단일 파이프라인만으로도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할 경우 임상 실패 시 기업 가치가 급격히 훼손될 수밖에 없고, 그 위험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됐다. 임상 중단이나 개발 실패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흔들렸다.
올해 IPO 시장에서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플랫폼은 하나의 기술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어 실패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특정 후보물질의 성과와 무관하게 기술이전, 공동개발, 적응증 확장 등 사업 기회의 폭이 넓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플랫폼은 기술 자체만으로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면서 "실제로 올해 다수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외 기업들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내며 플랫폼 기술의 사업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