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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바뀌는 한미약품, 'R&D 중심 경영' 시험대 올라

  • 2026.03.12(목) 19:12

황상연 대표 선임안 통과…31일 주총서 확정
'투자·재무 전략'으로 경영 기조 변화 가능성

한미약품의 대표이사가 현 박재현 대표이사에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로 교체된다. 기존 'R&D·품질 중심'에서 '투자·재무 전략'으로 경영 기조가 바뀔 전망이다.

12일 한미약품은 이사회를 열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사내이사),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사내이사), 채이배 전 국회의원(사외이사),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고 김태윤 감사위원(사외이사)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안건이 통과되면 황 대표는 한미약품의 새로운 대표이사를 맡게된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 논의는 최근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과도 무관치 않다. 박 대표가 최근 신 회장이 한미약품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영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이사 후보 선임안은 한미약품 최대주주(지분 41.42%)인 한미사이언스가 제기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개인 지분과 100% 지분을 보유한 한양정밀 지분을 합쳐 총 23.3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오너일가 장남이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으로부터 오는 27~31일 매입 예정인 지분 6.45%까지 더하면 약 30%에 달한다.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대표이사 후보 선임안이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의결됐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영향력이 한미사이언스뿐 아니라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D·품질서 투자·재무 중심 경영 변화 가능성

대표이사가 교체되면 한미약품의 경영 기조가 기존 R&D·품질 중심에서 투자·재무 전략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대표는 성균관대 대학원 제약학과 박사 출신으로, 한미약품 팔탄 공장장 등을 거치며 17년 동안 회사에 몸담은 '한미맨'이다. 생산·품질 관리와 연구개발(R&D)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박 대표는 공장 운영과 품질 관리,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등 제약 본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경영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황상연 대표이사 후보는 커리어 상당 부분을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 투자회사 등 금융·투자 영역에서 쌓아왔다.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1995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2000년대 초반 신영증권과 신한증권에서 제약·바이오·화학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업계 분석 역량을 축적했다. 

이후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는 등 투자·재무 분야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사모펀드(PEF) 대표를 맡고 있다.

황 후보가 금융·투자 분야에서 주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될 경우 한미약품의 경영 방향 역시 투자 및 자본 전략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본사 로비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경영 개입에 반발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권미란 기자 rani19@

제약산업은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투자 산업인 만큼, 투자·재무 중심의 의사결정이 강화될 경우 R&D 전략과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 성과 중심 판단이 강화되면 장기 R&D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박 대표는 한미약품의 핵심 가치와 경영 원칙을 이어나가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 대표는 "'임성기 정신'은 토종 한국 기업으로서 R&D 중심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임성기정신의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미의 방향성은 올곧게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앞으로도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를 합심해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가 열린 한미약품 본사 로비에선 일부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과도한 경영 간섭, 신약개발 방해마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신 회장의 경영 개입에 반발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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