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가 올해 3개 성분 의약품을 대상으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 타당성을 검토하는 제도로, 임상적 근거 제시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급여 축소나 취소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처방을 꺼리거나 대체약을 찾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해당 품목의 처방량이 줄어들어 제약사 매출에 타격을 미친다.
해당 품목의 연간 처방액은 총 2000억원 수준이며 개별 기업이 각자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약 120개 품목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 만큼 영향이 다수 업체로 여파가 분산·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달 은행엽엑스, 도베실산칼슘, 실리마린(밀크씨슬) 등 3개 성분을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확정하고, 해당 품목의 치료 효과와 비용 대비 가치에 대한 재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성분은 모두 장기간 급여가 유지돼 온 품목들이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성분의 효과를 임상적 근거로 입증하지 못하면 급여가 축소 또는 취소될 수 있다.
은행엽엑스·도베실산·실리마린 '재평가'
은행엽엑스는 1989년 급여 등재 이후 말초동맥 순환장애(간헐성 파행증)를 비롯해 어지러움, 이명, 기억력 감퇴 등 뇌기능 장애 관련 증상 개선에 폭넓게 사용돼 온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이다. 최근에는 뇌혈류 개선 및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기반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계열 의약품의 대체재로 부상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청구액이 약 52% 증가하며 처방 수요가 빠르게 확대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지난 2020년 진행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에 따라 작년 9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축소되며 치매 환자를 제외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상향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환자 부담이 증가했고, 유사 효능군으로의 처방 이동이 발생하면서 은행엽엑스가 대표적인 수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도베실산칼슘 역시 대체 수요 유입으로 최근 시장이 확대된 품목이다. 과거 '당뇨병성 망막변성 및 혈관장애 개선'에 쓰이던 빌베리건조엑스가 2021년 급여 삭제 결정 이후 작년 5월 비급여로 전환되면서, 해당 수요를 흡수하며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모세혈관 투과성을 낮추고 혈관을 강화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 정맥기능부전, 말초부종, 치질 등 다양한 혈관성 질환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밀크씨슬 유래 성분으로 간질환 보조치료에 사용되는 실리마린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2020년 약제 급여 재평가를 거쳐 임상적 유용성 부족을 이유로 2021년 급여 삭제 결정이 내려졌지만, 일부 제약사들이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급여가 유지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다시 실리마린을 재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며 재검증에 착수한다. 이미 한 차례 소송전을 통해 급여 유지가 뒤집힌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업계와 정부 간 법적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규모 2000억원대, 관련 제약사 대응 준비
현재 급여 적용 품목 수는 은행엽엑스 74개, 도베실산칼슘 41개, 실리마린 11개 등 약 120개를 웃돈다. 특히 실리마린은 과거 재평가 당시 50개가 넘던 품목 가운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제품들이 급여 목록에서 제외되면서, 현재는 8개 제약사의 11개 품목만이 급여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원외처방액은 은행엽엑스 1187억원, 도베실산칼슘 456억원, 실리마린 379억원으로, 총 2022억원에 달한다.
이번 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축소나 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다수 제약사들의 매출 축소는 물론, 콜린알포세레이트와 빌베리건조엑스 사례처럼 동일·유사 효능군 내 처방 이동이 재차 발생하며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관련 제약사들은 임상 근거 보강과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품목 발표가 나오는대로 국내외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성분의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할 예정"며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은 급여 축소 및 취소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