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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造船 뜰까]③삼성重, '선택과 집중' 빛났다

  • 2013.06.14(금) 16:01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사업구조..수익 안정성 '탁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는 걸림돌이지만 누구에게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불어닥친 조선·해운업황 침체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큰 위기였다. 그리고 위기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들어 업황 회복의 시그널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조선업체들에게 큰 위기였던 지난 3~4년이 오히려 기회가된 곳이 있다. 바로 삼성중공업이다.

◇ 불황속에서도 '우상향' 실적에는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위기였던 시간이 삼성중공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의 최강자다. 전세계 시장에서 드릴십과 FPSO(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LNG선 점유율 1위다. 일반 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선박만 건조한다.

따라서 최근 수년간 이어진 조선업황 침체 속에서도 삼성중공업은 탄탄한 실적을 보이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선업황이 침체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바로 상선부문이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들고 주요 수송수단인 배가 필요 없어지면서 선박 발주도 줄어든다.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이 이 때문에 고전했다.

반면 지난 2011년부터 불기 시작한 해외자원개발 붐은 각종 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부문의 성장을 가져왔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앞다퉈 자원개발에 나섰다. 당연히 자원개발에 필요한 각종 선박과 플랜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같은 해양플랜트의 가격은 일반 상선에 비해 훨씬 고가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활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해양플랜트에 집중해왔다. 매년 전세계 드릴십 발주물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왔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선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삼성중공업의 실적은 여타 경쟁 조선업체에 비해 양호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삼성중공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타사대비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빨리 대처한 때문"이라며 "상선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 무렵 드릴십 등 해양사업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고 이는 곧 해양사업이 확대되는 시점에 가장 필수장비인 드릴십 시장을 선도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 모두가 탐내는 삼성重의 기술력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드릴십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드릴십과 관련해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하며 전세계 드릴십 시장을 싹쓸이했다. 경쟁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일이었다.

드릴십의 가격은 척당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넘는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이런 고가의 선박을 삼성중공업이 모두 가져가니 경쟁업체들은 속이 탔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기술을 알아낼 길이 없었다.

특히 드릴십 특성상 배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흔들림없이 시추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경쟁업체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또 구멍난 배가 가라앉지 않는 것도 경쟁업체들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알아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마침 한 방송사에서 삼성중공업의 승승장구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했다. 여기에 출연한 삼성중공업 연구원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관련 기술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경쟁업체들이 궁금해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그 방송을 본 경쟁업체는 무릎을 쳤다. 그토록 궁금했던 부분을 조금은 황당한 경로를 통해 알게된 셈이었다. 이후 국내 조선업체들은 삼성중공업 덕에 드릴십에 대한 기술을 진일보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해양플랜트 기술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원동력이 됐다. 조선 강국의 기초를 삼성중공업이 닦은 셈이다.

◇ 본격적인 해양플랜트 시대가 열린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전체 매출 중 조선 사업부와 해양플랜트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2%, 40%다. 삼성중공업의 조선 사업부 상선부문은 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위주다. 해양플랜트 사업부는 드릴십과 FPSO 등이 주요 품목이다.

삼성중공업은 장기적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의 비중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매출에서 각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선업의 특성상 약 2년전에 수주한 것이 현재 매출로 잡힌다"며 "이에 따라 현재는 조선과 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반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해양 부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 지난 2008년 시드릴(Seadrill)에 인도한 드릴십. 시장에서는 오일 메이저들의 시추부문 투자가 계속될 것인 만큼 하반기에도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중공업의 향후 수주 전망도 밝다. 이달 들어서만 세계 최대 규모, 최고가의 FPSO를 수주했고 드릴십과 잭업리그 등을 잇따라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지금까지 총 78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신규 수주 목표 131억달러의 60%를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하반기 수주 전망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강점인 드릴십 등 시추선의 발주가 하반기에도 예정돼 있고 오일 메이저사들의 시추부문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선부문에서도 연내 10억달러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적도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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