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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7.0]③자동차에 '난(蘭)'을 치다

  • 2014.03.13(목) 16:27

주지아로에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까지 진화
현대차, 쏘나타 통해 독자적인 디자인 콘셉트 확립


"얼굴이 밥먹여 주나?"

살아가는데 있어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자질과 내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유교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자동차는 외모가 밥먹여 준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눈에 띄지 않으면 판매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쏘나타다.

◇ 주지아로에서 시작된 '소나타'

1세대 '소나타'의 디자인은 특이할만한 게 없었다. 지금처럼 현대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지도 않았다. 딱딱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었다. '스텔라' 디자인에 약간의 변형을 준 것이 1세대 소나타 디자인의 전부였다.


스텔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한 2세대 '아우디80'을 벤치마킹했다. 스텔라의 스타일링도 주지아로의 손을 거쳤다.

 
▲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그의 손을 거친 2세대 쏘나타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현대차의 주력 차종들에 대한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현대차가 독자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당시 현대차는 포드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포니라는 독자 모델 개발에 성공한 이후였다. 엔진 등 파워트레인은 일본 미쓰비시의 도움을 받았지만 디자인 등은 주지아로가 담당했다. 이때의 경험은 현대차가 이후 독자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잡는데 큰 힘이 됐다.

포니에서부터 시작된 현대차와 주지아로의 인연은 상당기간 계속됐다. 스텔라(83년), 엑셀, 프레스토(85년), 2세대 쏘나타(88년)가 그의 작품이다. 주지아로는 이후 대우차의 레간자(97년), 마티즈(98년), 매그너스(99년) 등도 디자인 했다.
 
▲ 아우디 80 2세대 모델(사진 왼쪽)과 스텔라 초기 모델. 스텔라는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아우디80 2세대 모델의 디자인을 벤치마킹했다. 1세대 '소나타'의 디자인은 스텔라 디자인에서 출발한다.

결국 1세대 소나타의 디자인은 2세대 아우디 80에서 시작해 스텔라를 거쳐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스텔라와의 차별성이 없었다. 소비자들은 1세대 소나타에 주목하지 않았다.

◇ 현대차의 파격, 곡선의 등장

하지만 2세대부터는 달랐다. 주지아로가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2세대 쏘나타는 처음으로 곡선 디자인을 갖게된다.

스텔라와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던 1세대와는 달리 2세대는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줬다. 곡선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실용성도 좋았다. 곡선 디자인을 적용하다보니 당시 최고급 차였던 그랜저보다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다. 안락한 승차감까지 더했다. 그 덕에 쏘나타는 큰 인기를 끌었다.
 
▲ 현대차는 2세대 쏘나타 디자인에 '곡선'을 적용했다. 기존 1세대 '소나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곡선 디자인 적용에 따른 넓어진 실내와 안락함은 2세대 쏘나타의 인기 비결이었다.

현대차는 5년 뒤인 93년 혁신적인 디자인의 3세대 쏘나타(쏘나타Ⅱ)를 선보였다. 쏘나타Ⅱ에는 곡선형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각진 헤드램프 일색이었던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전체적으로도 포근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이었다.

96년 내놓은 페이스리프트 모델 쏘나타Ⅲ도 인기였다. 전투기 공기흡입구를 형상화한 그릴과 지금까지도 많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리어램프 디자인 등은 중형차의 표준이 됐다.
 
▲ 쏘나타Ⅲ의 그릴 모습. 전투기 공기흡입구를 형상화한 소나타Ⅲ의 그릴과 여전히 표준처럼 사용되는 리어램프 등은 당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논란도 있었다. 쏘나타Ⅲ의 헤드램프가 남근(男根)을 형상화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만큼 쏘나타Ⅲ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3세대 쏘나타는 대한민국 중형차 디자인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난(蘭)·검투사·독수리' 조화를 이루다

4세대 'EF쏘나타'의 디자인은 이전 세대 모델과 달리 차체에 풍성한 곡선미를 강조했다. 심플하고 가벼운 느낌을 살렸다. 특히 쏘나타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번호판을 범퍼에 장착했다.

3년뒤 출시된 '뉴 EF쏘나타'는 세련된 이미지로 승부했다. 특히 헤드램프는 벤츠와 닮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 EF쏘나타의 디자인과 성능은 해외에서도 각광 받았다.
 
▲ 현대차는 5세대 NF소나타에서 이전 모델들과 달리 보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북미 지역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경쟁하기 위해 제작된 모델이었던만큼 디자인 콘셉트를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5세대 쏘나타(NF쏘나타)의 디자인은 종전 모델과 달랐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었다. 일본차와 마찬가지로 깔끔함과 균형감, 정갈함이 콘셉트였다. 이유가 있었다. NF는 북미 시장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경쟁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었다.

현대차의 디자인은 6세대 쏘나타에서 크게 업그레이드 된다.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라는 현대차만의 고유 디자인 철학이 처음 적용됐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과 매끄러운 조각 같은 느낌의 유연함,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콘셉트다.

▲ 6세대 쏘나타는 현대차 최초로 고유한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모델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er)'로 명명된 이 철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과 매끄러운 조각 같은 느낌의 유연함,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콘셉트다.

실제로 6세대 쏘나타는 '난(蘭)'의 유려하게 뻗은 선과 검투사의 역동성을 모티브로 했다. 헤드램프는 독수리 눈을 형상화했다. 6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화제였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 현대차는 이 철학을 고수했다.

7세대 쏘나타는 6세대 디자인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다듬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적용했다. 6세대의 튀는 부분을 줄이고 중형차의 중후함과 역동성을 강조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7세대 쏘나타는 연령과 세대의 구분을 뛰어넘어 현대차 디자인의 미래를 담았다"고 말했다.

▲ 7세대 쏘나타 렌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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