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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눈앞이 캄캄..다가오는 'P3공룡' 공포

  • 2014.03.18(화) 10:20

글로벌 1~3위 선사 연합 'P3' 출범 눈앞..일감 독식
국내 해운업체들 고사 위기..정부 차원 대책 요구

국내 해운업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업황 침체로 고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린 마당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글로벌 업계 강자들이 뭉친 조직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중국, 독일 등 여타 해운 업체들과의 공조를 모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 '해운 공룡' P3의 등장

글로벌 해운 1~3위 업체들이 뭉쳤다. 'P3(Project 3)'로 불리는 이 연합체는 덴마크 머스크의 주도로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등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의 연합인 만큼 그 파급력은 메가톤급이 될 전망이다. 오는 4월 출범 예정이다.

실제로 3개 업체의 주요 운항 노선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세계 해운업체들의 물동량 절반 가량을 이들 3개 업체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은 해운업황 침체 때문이다.

 
▲ 글로벌 해운업계 1~3위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가 'P3'라는 이름으로 연합체를 구성한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년째 업황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운임을 올려야 하지만 수요가 없으니 그마저도 어렵다. P3는 이런 수익성 악화 장기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다. 고효율 선박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합을 통해 저가 운임으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및 여타 해운 업체들에게는 악재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일감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내 해운업체들이 P3에 대해 각을 세우는 까닭이다.

각국의 해운업체들은 운송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다. 국내 해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G6', 한진해운은 'CKYHE' 등의 연합체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속한 연합체는 '느슨한' 연합체다. 이들은 단순하게 짐을 교환하는 목적일 뿐이다.
 
그러나 P3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구성부터 글로벌 강자들의 연합이다. 또 별도의 운항센터를 설립해 선박, 연료, 항만까지 공유한다. 한 회사와 마찬가지다. 그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자료:알파라이너(Alphaliner)
 *P3 : 머스크, MSC, CMA-CGM
 *G6 : 현대상선, APL, MOL, 하팍로이드, NYK, OOCL
 *CKYHE : 한진해운, 코스코, K-라인, 양밍, 에버그린

업계에서는 P3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주요 노선의 운임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들을 포함한 경쟁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이후 다시 운임을 올려 P3가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P3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두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 중 하나가 P3 출범이다. P3가 출범할 경우 각종 부채로 힘겨운 국내 해운업체들이 P3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이 추진했던 4억달러 규모의 은행보증부 영구채 발행이 무산된 것도 P3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은 P3 출범시 한진해운의 경쟁력이 떨어져 채권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믿을 것은 '정부'뿐..중국과 공조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기주의다. 유럽지역 선사들이 주축이다 보니 EU에서도 은근히 밀어주고 있다. 유럽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국과 중국 등을 죽이겠다는 심산이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이기적인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P3는 기업 이기주의 뿐만 아니라 지역 이기주의가 결합된 형태라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 10위권 내의 해운 선사들은 유럽과 중국, 대만, 한국 등이 나눠가지고 있었다. 유럽 입장에서는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선사들이 자신들의 몫을 가져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P3를 앞세워 전세계 물동량을 자신들이 독식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 P3의 등장으로 국내 해운업체들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그나마 있는 일감 마저도 P3에 빼앗길 위기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선사들은 자국 정부를 통해 P3의 출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한국선주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P3가 제출한 기업결합 승인 신고서 승인을 늦추거나 조건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중국 등과 공조해 P3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비중이 높은 한국과 중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P3의 구상은 타격을 받게 된다. 국내 업체들이 P3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인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P3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까지는 아직 난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단 세계 1~3위 선사들이 힘을 합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해운업체들에게는 큰 악재다. 국내 업체들은 이들의 공세를 막아낼 여력이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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