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오가는 하늘 길이 대폭 확대되면서 항공노선을 따내려는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중 노선은 관광과 사업 등 양국 모두 탑승 수요가 많아 항공사로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효자 상품. 그만큼 각 항공사들도 이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항공노선 확보 경쟁에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다.
① 중국 노선 얼마나 늘어나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한-중 한공회담을 통해 새로 확보한 주 90회의 항공 운수권 배분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늘어나는 항공편은 국내 항공사 기준 17개 신규노선 주 51회와 12개 기존노선 주 39회 등이다. 기존에는 45개 노선 주 426회까지 항공편을 편성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이 지난 13일까지 운수권을 받기 위한 신청서를 각각 제출했다. 노선 별 운수권이 배분되면 항공사는 이로부터 1년 내에 신규노선 취항시기를 정해 운항해야 한다. 운항 횟수는 수요에 따라 항공사가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여름 항공수요 성수기 이전에 새로 취항하거나 운항 편수를 늘릴 수 있도록 가급적 빨리 운수권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적 항공사 역시 국내 항공사 만큼 편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신규취항 효과를 선점하려면 서두르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② 운수권 어떻게 가르나
▲ 한중 항공권 신규 개설 노선 및 기존 노선 증편 현황(자료: 국토교통부) |
운수권은 국토부가 '국제항공 운수권 및 영공 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배분한다. 점수는 ▲항공사 안전성(30점) ▲이용자 편의성(30점) ▲시장개척 및 운항적정성(15점) ▲지방공항 활성화(15점) ▲온실가스 감축 노력(5점) ▲항공사 재무건전성(5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매겨진다.
각 노선에 대해 항공사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경쟁이 있으면 점수가 높은 쪽에 운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존 노선이 확대된 경우 이미 취항해 있는 항공사가 항공편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기존 대형 항공사에 운수권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저가 항공사도 상대적으로 취항 가능성이 높은 신규노선 운수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대한항공이 대구-선양(瀋陽) 노선 주 3회을 비롯해 이스타항공 청주-상하이(上海) 주 7회, 티웨이항공 대구-상하이 주 7회, 제주항공 대구 베이징(北京) 주 7회, 에어부산 부산-시안(西安) 주 1회 등의 운수권을 각각 따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배분을 신청하지 않았다.
③ 성수기 다가오지만…안전문제 도마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중국 항공편이 배분된다. 그런 만큼 항공사들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증편 노선과 허페이(合肥), 스자좡(石家庄), 난닝(南寧) 노선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중국 노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나를 뺀 다른 항공사들은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최근 엔진 이상 경고를 무시한 채 사이판행을 강행한 일 등을 들어 아시아나를 경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샌프란시스코 사고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불이익을 받는 건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입장도 "규칙상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사안은 채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노선배분을 아시아나 사고 조사결과 발표 뒤로 미루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 양국 조사위원회의 결과는 오는 7월께 나올 전망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성수기라고 서둘러 결정할 것이 아니라 조사결과가 명확하게 나온 뒤 운수권을 배분하면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오는 창 너머로 아시아나 여객기 꼬리부분이 보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