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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삼성ENG'에 담긴 후계구도 의미

  • 2014.09.01(월) 16:14

예상밖 합병..단순한 시너지 위한 합병에 '무게'
중공업 부문 이재용 몫으로 전환 분석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두고 많은 분석들이 오간다. 업계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후계구도다. 올해들어 삼성그룹 계열사들간의 합병이 잦다. 일부 비상장사들은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 합병도 그 차원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분류했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점쳤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삼성의 후계 시나리오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예상밖의 '중공업+ENG'합병
 
현재 진행중인 삼성그룹의 계열사의 후계구도는 ▲ 전자와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 ▲ 건설·중화학·유통은 이부진 사장, ▲ 패션과 광고 등은 이서현 사장으로 교통정리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중후장대 계열사다. 따라서 시나리오대로라면 향후 이부진 사장의 몫이다. 그동안 건설부문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했던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빗나갔다. 삼성물산이 아니라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이 아니라 중공업과 합병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 당초 업계와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시나리오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히 사업 시너지를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마침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모두 대규모 손실 이후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평가를 받은 후 나온 조치여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사업상 시너지를 위한 합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후계구도와 상관 없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의 합병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 강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플랜트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각각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같다. 기술력 부재와 경험 부족이다.
 
이번 합병 결정이 삼성그룹의 삼성중공업 경영진단 종료 이후 나온 것도 의미심장하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그룹차원의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1조원 부실설'도 제기됐다. 이후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미 작년 경영진단을 마쳤다. 그 결과가 양사의 합병이라는 분석이다.
 
◇ 후계구도? 사업재편 차원 합병에 '무게' 
 
관심이 높은 지분 관계에서도 양사의 합병이 단순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지난 6월말 현재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종전 24.23%다. 따라서 만일 후계구도를 위한 합병이라면 합병후 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에 큰 변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합병후에도 합병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 합병하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SDI다. 모두 삼성의 전자계열사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전자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합병 회사도 이 부회장의 몫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비율인 1:2.36을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의 주식수가 삼성엔지니어링에 비해 약 6배가량 많다. 따라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변동은 미미하다.
 
주주구성을 보자.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는 삼성SDI가 최대주주다.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있다. 결국 합병 회사의 정점에는 삼성전자가 있는 셈이다. 이 또한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이번 합병을 '시너지' 차원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이번 합병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장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자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당초 이부진 사장의 몫이었던 건설부문이 이재용 부회장의 몫으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지분관계 정점엔 '이재용 부회장'
 
하지만 아무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의 합병이라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는 여전히 관심사다. 어느 계열사가 누구의 몫으로 재편되느냐에 업계의 시선이 쏠려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인만큼 삼성 계열사의 합병 등 움직임은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당초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분류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 후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까. 현재 지분상으로 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6월말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1%를 갖고 있다.

▲ 2014년 6월말 현재.

여기서 접점이 생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최대주주도 삼성전자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지분 25.16%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7.65%다.

▲ 2014년 6월말 현재.

이 중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씨를 제외한 오너 일가는 이재용 부회장 뿐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0.5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낮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전자와 금융은 이 부회장의 몫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향후 합병 회사는 이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중공업과 합병함에 따라 향후 중공업쪽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며 "최고위층에서 이재용 부회장 몫으로 돌린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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