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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삼성ENG 합병 재추진 언제? 어떻게!

  • 2014.11.19(수) 16:18

국민연금, 주가하락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합병 재추진 가능성 높다"..시너지는 숙제

역시 국민연금의 힘은 대단했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합병을 통해 해양플랜트 부문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삼성중공업으로서는 난감하게됐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손실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재기를 노려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 무산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됐다.

◇ 국민연금의 선택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대해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합병 시너지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각각 5.9%와 6.93%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0월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합병을 결의했다. 이때 국민연금은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정작 주주총회에는 기권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뒤통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애초에 반대 의사를 관철하지 않고 일단 관망하다가 결국 반대한 대목이 그렇다는 것이다.

▲ 국민연금은 애초부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주총에는 기권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합병결의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추이를 보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실제로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하락하자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향후 주가 변동이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중공업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당 6만5439원이었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만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합병결의 후에 계속 오른다면 국민연금으로서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하락해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아진다면 국민연금으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득이다.

주식매수청구 신청 마감일인 지난 17일 삼성중공업은 2만5750원, 삼성엔지니어링은 6만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크게 밑돈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행보를 지켜보던 기관투자자들도 동참했다.

◇ 속절없이 떨어진 주가에 '발목'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이 합병 등을 결의했을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해당 기업에게 적절한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권리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병에 대한 주주의 의사를 알아볼 수 있는 잣대다. 또 합병 반대를 무마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과도할 경우, 즉 반대를 무마하는 대가가 너무 클 때에는 합병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액을 정해둔다. 이 한도를 넘을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 이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가 이런 경우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각각 9500억원과 4100억원으로 잡아뒀다. 총 1조3600억원이 넘어설 경우 합병을 취소키로 했다.

지난 17일 마감 결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수는 1079만3934주, 금액으로 7063억4424만7026원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보통주 3419만3211주, 우선주 7650주가 반대했다. 금액으로는 9235억3618만4733원이었다.


삼성중공업은 한도를 넘지 않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도를 크게 초과했다. 1조3000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던 비용이 1조6000억원을 훌쩍 넘어서게 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부담스러웠다. 재무적 부담이 우려됐다. 또 생각보다 반대가 많은 것도 부담이었다.

만일 지난 17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금액을 넘어섰다면 합병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주가 부양을 위해 2886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무너진 주가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합병 재추진 선결요건은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만큼 불확실성에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나름의 운용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생각이었다. 해양플랜트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무너진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입장도 있겠지만 사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합병 무산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며 "삼성중공업으로서는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진행한 사업구조개편이었던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합병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주주들의 거센 반대를 확인한만큼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더욱 강조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빠른 시간 내에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일단 합병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현재 법적으로 재추진에 걸림돌은 없다.

삼성중공업은 합병 재추진에 대해 향후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반영해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장에서는 합병 재추진에 하루 빨리 나서고 싶지만 선결 과제들이 남아있다. 주가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발표한 자사주 매입을 내년 1월까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록 합병은 무산됐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협업을 통해 해양플랜트 등 수주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더불어 주가 부양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합병 재추진에 신중한 삼성중공업과 달리, 시장에서는 합병 재추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사업구조 재편이어서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강도높게 부각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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