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한살림을 차린다. 건설 부문과 조선 부문의 핵심 계열사간 합병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강점을 가졌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플랜트의 강자다.
두 회사는 공교롭게도 작년과 올해 대규모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그것도 주력인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삼성그룹은 두 업체간 시너지에 주목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 삼성重, '해양플랜트'에 발목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국내 조선 빅3 업체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던 삼성중공업이었다. 이런 까닭에 시장의 충격은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중공업이 가장 강하다고 했던 해양플랜트에서 큰 손해를 봤다.
해양플랜트는 철저히 발주처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일메이저들과 해양플랜트 업체간의 네트워크가 사업의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들에 비해 해양플랜트를 건조해 본 경험이 적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양플랜트 산업은 국내 빅3 조선업체들에게 하늘에서 내려 준 동아줄과도 같았다. 상선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조선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하지만 '기술 부재'와 '경험 부족'은 패기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비중을 전체의 60%까지 끌어올렸다. 워낙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보니 매출에 반영되는 폭도 컸다. 이 덕에 삼성중공업의 실적은 한동안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었다.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예상 외로 비용이 많이 투입됐다. 해양플랜트의 핵심인 상부구조에 대한 기술력 부재는 뼈아팠다. 대부분 해외 업체로부터 비싼 값을 치르고 들여와야 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단순 시공업체로 전락했다. 이는 곧바로 실적 하락으로 직결됐다. 5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 삼성ENG, '육상 플랜트'로 어닝 쇼크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과 달리 육상플랜트 강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철강·가스·정유 플랜트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화공부문에 있어서는 절대 강자다.
전체 매출의 60% 가량이 화공 부문에서 나온다. 지난 2009년에는 화공부문 비중이 95%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60%대까지 낮췄다. 화공부문 원가 상승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대규모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는 점은 이번 합병을 결의하게 한 원인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어닝 쇼크'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고해 성사'를 했다. 중동지역 플랜트 공사에서 예상외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보였던 해양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과 같은 모양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년간 회사의 외형이 급격하게 성장한 데 비해 공사관리 등 사업수행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결국 외형은 커졌지만 기술 등 내부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던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는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 작년 3월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낮췄다. 장기등급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 업계 "시너지? 글쎄…"
삼성그룹은 재작년말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업구조 개편과 수장 교체라는 아픔을 겪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그룹 경영진단을 받았다. 그 직접적인 결과물이 바로 '합병'이다.
사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다만, 합병 상대가 삼성중공업이 아니라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이 지속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합병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런 시장의 소문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4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 삼성그룹의 육상 플랜트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해양 플랜트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합병키로 했다. 양측이 가진 플랜트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삼성 측 생각이다. 하지만 업계는 회의적이다. 덩치만 커질 뿐 양사 모두가 안고 있는 기술과 경험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시너지를 내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모두 '플랜트'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이 전문이다. 그룹은 이 두 가지를 합쳐 종합 플랜트 업체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삼성엔진어링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통합되는 회사는 육상 화공플랜트는 물론 육상 LNG와 해양플랜트까지 아우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삼성의 생각처럼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시너지가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원천기술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