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시장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합병을 앞두고 시장의 우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30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관련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이번 합병은두 회사가 처한 현안 해결과 위기 극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회사는 서로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뚜렷해 서로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합병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보다 빠르게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2020년에는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은 두 회사가 처한 현안 해결과 위기 극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박 사장은 또 ▲조선 6조원 ▲해양시추설비 4조원 ▲해양생산설비 8조원 ▲화공플랜트 11조원 ▲발전설비 4조원 ▲산업환경 2조5000억원 등 오는 2020년 매출 40조원 달성을 위한 사업분야별 세부 목표와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해양생산설비"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 인력 가운데 해양플랜트 Top-Side 상세 설계가 가능한 인원이 약 1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Top-Side 설계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대형 조선업체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해양플랜트의 핵심인 Top-Side 설계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이번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이런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생각이다.
▲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왼쪽)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박 사장은 "통상 해양플랜트 설계 인력을 신규로 육성하는 데는 3~5년이 걸리지만 이탈리아 사이펨의 사례를 보면 육상플랜트 설계 인력을 해양화하는 데는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해양플랜트 설계 역량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상과 해양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술의 약 60%가 상호 호환이 가능하며 이 중 프로세스, 기계장치, 전기제어 등의 분야는 약 90% 호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또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기자재 조달 노하우를 해양플랜트에 적용하고 주요 기자재업체를 공동 관리해 조달과 납기관리 분야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시너지 효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해양 생산설비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풀 EPC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합병을 통해 해양플랜트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점과 LNG 액화설비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을 합병의 효과로 꼽았다.
박 사장은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능력을 접목하고 중국 블록공장이나 앞으로 진출 예정인 동남아의 해외 야드를 활용한다면 육상플랜트 모듈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합병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2월 1일 합병 기일에 합병 재무제표가 확정돼야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겠지만 지난 6월말 현재 양사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추산해 보면 합병회사의 부채비율은 223%"라며 "이는 기존 삼성중공업의 단독 부채비율 226%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양사 합병으로 부채총계가 17조8000억원으로 증가하지만 자본총계도 신주발행 등을 통해 8조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병을 앞두고 회사 전반에 대한 상황과 비전을 적극 설명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업황이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회사가 그리고 있는 장밋빛 전망이 실현될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