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와의 '강남 대첩'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시대'를 열게됐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에 글로벌 자동차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 '삼성동 시대' 연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규모에 비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재동 사옥의 수용인원은 5000여명 안팎이다. 현대차그룹은 30여개 계열사에 1만8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규모의 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입지 규제에 막혀 무산됐다.
▲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현재의 서초구 양재동으로 본사 사옥을 옮겼다. 하지만 커가는 그룹의 위상과 달리 양재동 사옥은 공간이 협소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한전 부지 낙찰로 오랜 숙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경쟁자였던 삼성전자의 경우 막판까지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던 반면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이면에는 본사 사옥 확장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탐냈던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5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제는 글로벌 업체다. 이 위상에 걸맞는 사옥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독일의 BMW나 벤츠, 폭스바겐은 물론 일본의 도요타와 같은 본사 사옥을 보유하고 싶어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위상에 맞는 컨트롤 타워를 보유하는 것은 최고 경영진들의 오랜 숙원"이라며 "이제 그 소원을 풀게됐다"고 말했다.
◇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청사진은
현대차그룹은 한전 삼성동 부지에 글로벌 컨트롤 타워를 만들 생각이다. 그룹 통합 사옥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건립한다. 또 삼성동 일대를 복합 자동차 테마 파크로 조성해 명실상부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축구장 12개 크기를 합친 7만9342㎡ 면적의 부지에 서울 소재 30개의 그룹 계열사 임직원 1만8000여명이 근무하는 통합사옥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그룹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호텔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간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 현대차그룹이 마침내 삼성동 시대를 열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 부지에 그룹 통합 사옥은 물론, 자동차 테마파크·컨벤션 센터·문화 클러스터 등을 건립해 명실상부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각지에 생산·판매망을 갖춘 만큼 대규모 컨벤션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현대차가 해외에서 진행한 행사만 270여 차례, 인원으로는 2만8000여명에 달했다. 기아차 등 계열사들의 수요까지 합하면 연 7만~8만명 규모의 행사를 이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치를 수 있다.
본사가 들어 설 삼성동이 숙박이나 관광, 쇼핑, 교통 등 여러 측면에서 요지인 점도 현대차그룹이 이번 한전 부지 낙찰을 반기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통해 오는 2020년부터는 매년 1조3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GBC는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