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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희망]삼성重, 'F시리즈'로 뜬다

  • 2014.11.20(목) 15:14

FLNG·FLSO 등 해양플랜트 연구·수주 주력
에너지 시장 트렌드 변화에 기술로 대처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삼성중공업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최강자'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주저 앉지 않았다. 오히려 대규모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해양플랜트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해양플랜트를 꼽고 미비점을 보완하며 연구와 수주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 차세대 성장동력은 'FLNG'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해양플랜트 부문의 강자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드릴쉽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쉽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할 만큼 이 분야의 강자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혁명과 이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드릴쉽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눈길을 천연가스로 돌렸다.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해 육상으로 운송하는 모든 과정을 통합한 '토탈 솔루션' 선박(FLNG : Floating LNG)이 요즘 삼성중공업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 삼성중공업이 로열더치쉘에서 수주한 'FLNG', 삼성중공업은 포스트 드릴쉽으로 'FLNG'를 선정하고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연구와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저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파이프 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보낸 뒤 액화·저장했다. 이를 LNG선을 이용해 수요처까지 운송했다. 하지만 FLNG는 해상에서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수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내년에 적도기니 해상 가스전 개발에 투입되는 FLNG를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도기니 공사가격이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운영사는 미국 엑셀러레이트사로 내부적으로 삼성중공업에 공사를 맡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는 호주 북서부 해상 브라우즈(Browes) 가스전에서 사용될 FLNG 발주도 예정돼있다. 삼성중공업은 여기서 2~3척의 FLNG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 천연가스 넘어 '셰일가스'까지

삼성중공업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하나의 'F시리즈'는 FLSO(부유식 액화저장하역설비)다. FLSO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LNG로 액화한 뒤 저장, 하역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해양플랜트다.

셰일가스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를 액화하기 위한 플랜트가 필요하다. 님비(NIMBY) 현상과 제작기간, 제작비 등을 감안하면 부유식 설비인 FLSO가 육상플랜트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 삼성중공업은 해상 천연가스 개발과 더불어 최근에는 부각되고 있는 셰일가스용 해양플랜트 선박 건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을 위해 조성 중인 라바카베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FLSO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설비에는 길이 340m에 25만㎥의 LNG를 저장할 수 있는 멤브레인(Membrane) 화물창 10개가 장착되며 연간 440만 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 운영업체도 엑셀러레이트사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늘어날수록 FLSO와 같은 부유식액화저장설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현재 美 FERC(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셰일가스 프로젝트만 14개다. 캐나다에서도 셰일가스 수출을 위한 1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개발 트렌드에 맞춰 적합한 선박을 개발, 선제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유전개발에 이어 천연가스, 셰일가스로 이어지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술력으로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해양플랜트를 성공적으로 건조해 기술력을 인정 받겠다는 생각이다. 계속 이어질 수주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지난 2011년 셸과 계약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FLNG인 '프릴루드(Prelude)'를 건조중이다. 길이 488m, 폭 74m, 높이 110m다. 제작에 투입되는 강재 중량만 26만 톤에 달한다. 현재 진수를 마치고 상부 플랜트 모듈과 선체 내부 LNG 화물창 제작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중공업 올해 VLEC(초대형 에탄 운반선)를 세계 최초로 수주해 신개념 선박 시장을 개척했다. VLEC 발주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생산된 에탄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에탄운반선이 필요하다.
 
▲ 삼성중공업은 최근 지난 2011년 수주한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FLNG '프릴루드'를 성공적으로 진수했다. 현재는 거제조선소 안벽에 고정한 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중공업은 '프릴루드'의 성공적인 인도를 바탕으로 향후 이어질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에탄 생산량은 자국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RBN Energy는 오는 2019년 기준 에탄 수출물량이 연간 78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탄운반선 시장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탄은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다. 에탄을 열분해해 에틸렌을 제조할 수 있다. 나프타에서 제조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원재료비가 저렴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최근 석유화학업체들이 에탄 분해설비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이번 VLEC 수주에는 국내 조선 빅3가 모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삼성중공업이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 FLNG '프릴루드'의 진수에 성공한 것이 이번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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