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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함께 쓸수록 더 커지는 가치

  • 2016.05.30(월) 10:02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2부 삶이 변한다> 쑥쑥크는 공유경제
경기침체 계기로 '협력적 소비' 관심 증대
유휴 재화 활용에 '세상 바꾼다'는 긍지도

#취업 준비생인 홍지나(가명, 여25)씨는 지난해 약 2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재충전을 위해 선뜻 나섰지만 막상 경비에 대한 부담이 눈앞에 닥쳤다. 어떻게든 경비를 줄여보려 웹서핑을 하던 그는 '에어비앤비'란 사이트를 찾았고, 이를 이용해 숙박 비용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돌아온 그는 다시 취업준비에 매진한다. 함께 공부할 스터디 멤버들을 구했지만 공부할 장소가 없었다. 졸업생이라 도서관 이용도 어렵고, 즐비한 스터디룸은 가격이 비싸고 오랜 시간 예약하기도 어렵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OO클라우드란 곳을 발견했고, 이 곳을 통해 여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시중의 4분의1 가격에 구했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협력적 소비'와 '공유경제' 등 수업시간에 들었던 개념을 몸소 체험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 혹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국내 공유경제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중산층을 중심으로 고용기회 및 소득이 줄면서 유휴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IT기술 발달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공급자의 재화를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공유경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사용하지 않는 집이나 자동차(개인 재산) 뿐 아니라 공간과 시간, 서비스와 지식 등 다양한 자원을 다른 사용자에게 빌려주거나 교환한다. 이를 통해 편익과 이윤을 얻는 새로운 경제 형태로써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는 잉여재화를 공유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불어넣고, 재화를 함께 사용하면서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 더 큰 만족감을 가져온다는 것이 공유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자료: 공유경제 정보센터

 

◇ 차량·주택부터 공유한다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이슈화된 것은 글로벌 공유경제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에어비앤비와 달리 우버는 국내시장 진입에 실패, 높은 규제 장벽이 공유경제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유경제 스타트업 중 하나인 벅시를 설립한 이태희 대표는 규제 안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벅시는 법적으로 기사 알선이 가능한 11~15인승 승합차를 여러명의  소비자들이 공동대여할수 있도록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회사가 기사를 알선해 고객에게 빌려줄수 있다. 

 

이태희 대표는 “미국 연수생 시절 에어비앤비를 직접 이용하면서 공유경제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며 “기존에는 소비자가 직접 렌터카업체와 한대의 렌터카를 비싼 값에 계약했다면 벅시는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지역에서 공항을 오가는 소비자들을 묶어 공동으로 싼 가격에 대여할 수 있게 해주는 형태다. 미국형은 아니지만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한국형 공유경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사가 운전해주는 승합차 공유 플랫폼인 벅시를 이용하면 집에서 공항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자료: 벅시)

 

또 다른 공유경제 스타트업인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을 공유한다. 이 회사는 남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에게 연결해주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공실을 줄이고, 취업이나 창업 준비 등을 위해 공간이 필요한 청년들은 저렴하게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 회사 정수현 대표는 “코워킹스페이스(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는 협업 공간 혹은 공동사무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업체에서 공간을 빌리려면 한달에 35만~6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반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10만~15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최근 늘고 있는 숙박 공유가 아닌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공간 공유를  넘어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코디네이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공간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것 뿐 아니라 공급자에게 이 공간을 지역과 시기에 맞게 꾸미고, 관련 정보를 수요자에게 제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숙박이 아닌 공간 공유는 아시아 지역 최초라 아시아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청년들에게 코워킹스페이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는 이 사업모델을 들고 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정부 역시 성장가능성이 크고 시장 요구가 있는 숙박(공간)과 교통, 금융 분야 공유경제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유 민박업을 신설하고 부산과 강원, 제주 등 규제프리존 지역에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공유민박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분야에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을 신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펀딩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을 도입했다.

 

◇ 사회 변화를 꿈꾼다

 

공유경제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경제적 성공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긍지도 갖고 있다. 공유경제를 통해 소유에 대한 개념은 물론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의미다.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은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풍은 현재 각 영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국내외 소셜·벤처기업 15개사에 투자한 상태다(2016년 2월 기준). 이 중 9개사의 사업 아이템이 공유경제에 속한다. 쏘카가 대표적이다. 쏘카는 사업 초기 차량이 100여대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00대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쏘카의 성장을 통해 굳이 차를 사지 않아도 필요할 때 차를 빌려 타면 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상엽 소풍 대표는 “차량을 공유하는 개념의 쏘카와 일반 렌터카는 차를 빌려준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효과가 다르다”며 “카 셰어링 1대가 늘어나면 12~18대의 차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공유경제는 생산수단을 갖지 못했던 사람도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쉽게 생산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이윤을 얻을 수 있어 수평적 경제구조를 만든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어나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수현 대표는 남는 공간으로 볼 수 있는 미분양 주택을 활용해 단기 임대시장을 열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가 ‘집’구하는 것(혹은 숙소)인데 미분양 주택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춘 부산시공유경제촉진위원회 위원은 “공간 공유 사업만 해도 공간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등 새롭게 생길 수 있는 직업과 사업 등이 무궁무진하다”며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재료들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공유경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란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Lawrence Lessig 교수 저서 ‘REMIX'에서 처음 등장했다. 2010년 이후 협력적 소비(Collaborate Consumption)를 전제로 한 경제방식인 공유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 급성장의 배경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과 뉴노멀 시대가 자리잡았다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IT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결제 기반이 빠르게 진화했다는 기술적 요인이 더해졌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연평균 80% 이상 고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전체 시장규모가 15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2025년이면 공유경제 시장은 33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유경제는 제품과 서비스 공유 주체에 따라 사업 모델이 다양하다. 상품을 소유한 사람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유, 이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가 중개 수수료를 취하는 P2P(Peer to Peer) 모델이 대표적이다. 특정 사업자가 자산을 소유하고 이를 이용자와 공유하는 B2C모델과 그 반대인 C2B 모델 등도 있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과 온라인 직원 채용, 숙박과 카셰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공유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료: Masssolution, P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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