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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돈대주고 보증서다 날샌 '해운업' 철수

  • 2018.10.01(월) 12:10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매각협상
구조조정 불구 차입금 부담 지속

SK그룹이 계열사인 SK해운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각이 성사되면 SK그룹은 36년만에 해운업에서 철수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SK해운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해운이 발행하는 신주 1조5000억원어치를 한앤컴퍼니가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지분 80~90%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해운의 투자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한앤컴퍼니와 협상 중이나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해운은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이 원유수송을 위해 1982년 설립한 해운사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해운업 호황을 누리며 꾸준히 성장해 한때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 대규모 선단을 꾸리기 위해 빌린 선박금융이 발목을 잡으며 재무구조가 급속히 나빠졌다. 2016년에는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선박매각 손실 등으로 5000억원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4월 결손금 해소를 위해 SK해운을 우량회사(SK해운)와 부실회사(SK마리타임, 올해 3월 SK㈜에 흡수)로 나눠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시도했지만 과도한 차입부담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SK해운의 올해 6월말 현재 차입금은 4조3860억원, 부채비율은 2391%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금융비용으로만 880억원이 빠져나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이어졌다.

SK해운의 최대주주는 SK㈜로 현재 지분 57.2%를 보유 중이다. SK㈜는 2010년 SK해운이 336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직접 2240억원을 투입하고 사모펀드에 풋옵션을 제공하는 등 SK해운을 살리기 위해 여러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도 사모펀드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총수익스왑(TRS)계약으로 상환을 보증하는 등 유무형의 도움을 줬다.

하지만 SK해운은 1년 이내 갚아야할 차입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앞으로도 SK㈜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매각협상에는 자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 기준을 기존 30%에서 20% 이상으로 넓히고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SK해운도 규제대상에 포함돼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할 처지에 놓인다. 지난해 SK해운은 SK에너지·SK가스·SK인천석유화학 등 그룹 계열사 일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달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으로부터 벌크선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 SK해운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뒤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해운이 SK그룹을 떠나게 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간 SK해운은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자신의 신용등급보다 한단계 높은 등급(A-)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SK해운은 자신의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지면 차입금 가운데 4600억원을 조기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의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실탄도 이러한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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