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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돈 한 푼 못받고 SK해운 손뗀다

  • 2018.10.08(월) 19:58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경영권 넘겨
1.5조 유치…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해

SK그룹이 해운업에서 철수한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부터 1조5000억원을 유치하면서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SK그룹이 손에 쥐는 현금은 한 푼도 없다. 대신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부수효과를 얻었다.

 


SK해운은 한앤컴퍼니와 1조5000억원의 투자 유치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1조원은 신주발행과 전환주로, 5000억원은 만기 5년의 사채(전환사채) 형식으로 회사에 유입된다.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지분 71.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SK해운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은 57.2%에서 16.3%로 줄어든다. 기존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어서 SK㈜가 손에 쥐는 돈은 없다.

그럼에도 경영권을 넘긴 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아니고선 SK해운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해운은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차입부담이 과중해짐에 따라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이 과감한 투자유치로 이어졌다"며 "특히 국가경제 손실 없이 민간 주도의 자발적인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SK해운에 들어온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2400%의 부채비율을 300%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SK해운의 차입금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금융비용으로만 880억원이 빠져나가 2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K해운의 경영권은 한앤컴퍼니로 넘어가지만 사명에서 'SK'는 그대로 남는다. 아울러 SK에너지, SK가스, SK인천석유화학 등 SK 계열사들의 수송물량도 SK해운이 담당하게 된다.

SK해운은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에도 최선을 다해 향후 고객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성장전략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유치로 SK해운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SK㈜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SK해운이 규제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번에 지분율을 20% 밑으로 낮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SK해운의 내부거래금액은 238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4%에 달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으로부터 전용선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발을 내디뎠다. 2016년에는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사들이며 사업확장을 지속해왔다. 한앤컴퍼니는 SK해운에 대한 덩치를 키워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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