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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규제'로 훅 갈라…재계는 지금 계열사 '세일 中'

  • 2018.10.08(월) 17:35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앞두고 '봇물'
LG·SK·GS 등 사업매각…삼성·현대차도 고심

대기업들이 앞다퉈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돼온 계열사 정리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대기업들은 이 참에 설령 규제 범위 밖에 있다고 해도 말이 나옴직한 계열사나 사업부문까지 죄다 팔아치울 기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나 20% 이상인 비상장사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말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총수 일가가 지분율을 낮추거나 자회사를 통해 규제를 피해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4대 그룹 중에는 LG그룹과 SK그룹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LG그룹은 계열사인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으로 지난해말 기준 내부거래비중이 74%에 달하는 회사다.

삼성과 SK가 2011년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MRO 사업을 매각하거나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것과 달리 LG는 MRO 사업을 유지해왔다. 그동안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이 없었던 탓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았으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정위의 감시망에 들어가게 된다.

LG그룹이 MRO 사업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에는 신임 구광모 회장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는 지원주체뿐 아니라 지원받은 회사를 같이 제재한다. 특히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총수 일가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LG그룹으로선 40대 젊은 총수의 앞날을 생각해 일감몰아주기의 싹을 자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구 회장이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판토스에 대한 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9.9%.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돼도 규제대상(지분 20%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번에 전량 정리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데 대한 국민의 눈높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총수 일가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부동산 개발회사인 SK디앤디의 지분 24%를 모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했다. SK디앤디는 최근 몇년간 내부거래비중을 확 떨어뜨리고 총수 일가의 지분을 30% 이하로 낮췄음에도 일감몰아주기의 단골처럼 언급돼 속앓이를 해왔다. 이번에 최 부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아 이런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34%인 2380억원을 그룹 내부 일감으로 채운 SK해운도 매각 테이블에 올려졌다. 과도한 재무부담과 함께 공정거래법 개정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점이 매각 배경으로 꼽힌다.

최태원 SK 회장은 SK해운 주식을 단 1주도 들고 있지 않지만, 최 회장이 지분 23.4%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SK㈜가 SK해운의 최대주주(지분 57.2%)라 SK그룹으로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SK해운의 인수주체로 거론되는 곳은 한앤컴퍼니다. 최 부회장으로부터 SK디앤디 지분을 넘겨받기로 한 그 사모펀드다.

SK그룹은 또 SK㈜의 100% 자회사인 IT 계열사 SK인포섹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인포섹의 내부거래비중은 전체 매출의 68%에 달한다. 이대로 일감몰아주기 타깃이 되느니 SK텔레콤으로 넘겨 규제를 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이 3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GS그룹은 청소 등 건물관리를 해온 엔씨타스를 청산한데 이어 시스템통합업체인 GS ITM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장 등 부동산업과 물류업을 하는 승산이 윤활유와 폴리플로필렌 운송사업을 매각했다.

이밖에 한화그룹은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병했고, 코오롱은 이웅렬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49%)을 코오롱에 현물출자했다. 한화S&C와 코오롱베니트는 시스템통합업체로 내부거래비중이 큰 회사로 지목돼왔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정리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한 삼성의 경우 급식업을 하는 삼성웰스토리의 처리방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기업분할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한 사례로 지목돼온 곳이다.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삼성웰스토리가 호텔신라와 합병을 하면 지분율 요건을 벗어나는 동시에 그룹 내부매출 비중을 낮출 수 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도 2015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29.9%로 낮춰 규제를 피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문제가 남아있다. 올해 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발을 사면서 해결이 미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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