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이 최대주주 변경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처지에 놓였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SK해운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SK해운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목록에 등재했다.
현재 두 신평사는 SK해운에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단계 떨어지면 SK해운은 BBB+ 등급으로 바뀐다. 통상 A+에서 A-까지 등급은 신용상태가 우수한 기업에 부여되고, BBB+에서 BBB- 등급은 신용상태가 보통인 기업에 붙는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돈을 빌릴 때 더 많은 이자를 줘야해 기업들은 등급관리에 신경을 쓴다.
신평사들은 최대주주가 SK㈜에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바뀌면서 등급 변동요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SK해운은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토대로 자신의 신용등급보다 한단계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는데 이를 원위치로 돌려놓겠다는 의미다.
SK해운은 지난 8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인수 주체는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한앤코 14호'다. 증자가 이뤄지면 SK㈜의 지분율은 57.2%에서 16.3%로 낮아지고, 한앤코 14호가 SK해운 지분 71.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새 최대주주 영입으로 회사로 들어오는 돈은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경우 2400%에 가까운 지금의 부채비율은 300% 초반으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신평사들은 유사시 SK그룹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차입금 상환 후에도 여전히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남아 있어 SK해운이 지금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SK그룹과 연계성이 약해지면서 SK에너지, SK가스 등이 SK해운에 몰아주던 일감을 다른 해운사로 돌리거나 운임을 낮출 가능성도 신용등급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SK해운 매출의 37%는 SK에너지, SK가스 등과 맺은 원유·가스 장기계약에서 발생했다.
신용등급 조정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인 11월30일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한신평은 "대주주 변경이 사업안정성과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구조 개선폭,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