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의 기록을 썼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축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3분기 연속 미끄럼을 타면서 반도체 독주 체제는 더욱 심해졌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두 바퀴로 달리던 회사가 한 바퀴에 의존한 채 사상 최대의 속도로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은 전기대비 11.9%, 전년동기대비 5.5%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기대비 18.2%, 전년동기대비 20.9% 각각 늘었다.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 65조9800억원 이후 두번째로 많았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이로써 지난 2분기 잠시 주춤했던 실적이 3분기 화려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연간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84조5064억원, 영업이익은 48조861억원이다. 매분기 평균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16조원을 올렸음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의 연간 실적을 기록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주역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올해 3분기 매출 24조7700억원, 영업이익 1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55.1%에 달했다. 1000원어치 제품을 팔면 550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반도체 고점 논란을 무색케하는 성적표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도 76.6%에 달해 이제는 반도체 없는 삼성은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견조한 메모리 시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 미세화와 더불어 수율과 생산성이 향상돼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낸드는 평택에서 생산하는 64단 3차원 V낸드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냈고, D램도 10나노급 제품으로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디스플레이도 좋은 실적을 냈다. 매출은 10조900억원으로 전분기(5조6700억원)의 갑절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전분기 1400억원에서 이번에는 1조1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액정표시장치(LCD)의 가격하락세가 둔화된 가운데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요 증가에 힘입었다.
소비자가전은 매출 10조1800억원, 영업이익 56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QLED TV와 초대형 TV 등 값비싼 제품의 판매가 늘어난 것이 도움이 됐다. 특히 QLED TV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아쉬운 성적표를 내밀었다. '갤럭시 노트9'을 출시했음에도 올해 3분기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은 플래그십 모델 신작 출시가 없었던 2분기에 비해 91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마케팅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되레 4500억원 줄었다.
IM부문은 '갤럭시S7'이 날개돋친듯 팔린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부문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그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3분기 IM부문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12.6%로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이 터진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반도체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실적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엔 반도체가 흔들리면 스마트폰이 받쳐주며 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이 같은 완충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체적으로도 올해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는 반도체 시황 둔화 영향으로 전사 실적이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며 "메모리 시장은 내년 2분기 이후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며 수급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초까지 D램은 일부 고객사의 재고조정으로 그간의 가격상승세가 둔화되고 낸드 또한 공급증가 영향으로 가격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조7200억원, 내년 1분기는 15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서버와 모바일 응용처에 5세대 3차원 V낸드 적용을 확대하고, 10나노급 D램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후 공시를 통해 올해 시설투자로 31조8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3조4170억원에 비해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10나노 공정 증설이 완료되면서 올해는 파운드리 투자가 줄고 디스플레이도 지난해 OLED 투자가 집중돼 올해는 전체적인 투자규모가 줄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