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재작년 '어닝 쇼크'로 얼룩졌던 실적을 한 해만에 깨끗이 씻었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김조원 사장 취임 이후 빠른 속도로 경영 정상화 항로에 올랐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전임 경영진이 분식회계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KAI 정상화를 위해 재작년 10월 선임돼 취임 2년차에 이런 성과를 이끌었다.
KAI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매출 2조7894억원, 영업이익 1445억원, 순이익 486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재작년과 견주면 매출은 34.6% 늘렸고 2089억원, 2352억원이었던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흑자로 전환했다.
해를 마무리하던 시기가 가장 좋았다. 4분기 실적을 따로 보면 매출 8701억원, 영업이익 706억원, 순이익 411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8.1% 늘어난 것이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089억원, 1107억원 적자를 흑자로 돌린 것이었다.
한국항공우주에는 작년 악재도 적지 않았다. 미국 고등훈련기(APT)사업 탈락과 기동헬기 수리온(KUH-1) 필리핀 수출 실패 등이다. 하지만 군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민간 항공사업으로 돌리며 만회했다. 보잉 등 민항기 기체구조물 수출 증가가 효자가 됐다.
수리온 2차, 태국 등 완제기 납품 정상화와 한국형 전투기(KF-X) 및 소형무장헬기(LAH) 체계개발사업본격화도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됐다.
수주 목표도 달성했다. KAI가 지난해 초 세운 목표는 2조6775억원이었는데 이를 7% 초과한 2조8790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전년보다 9000억원 이상 늘린 결과다. 보잉 B737 꼬리날개 제작 사업(525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항공정비(MRO, 정비·수리·분해점검) 사업도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작년 출범한 KAI의 MRO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제주항공 등의 중정비 사업을 따내며 일감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사업목표는 매출 3조896억원, 수주 2조6240억원으로 잡았다. 김조원 사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한국형 민항기를 개발해 보잉, 에어버스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항공우주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