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5년 전 정기주주총회때 임원 퇴직금 규정을 변경했다. 이전까지 회장·사장에게 재임기간 1년당 4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했으나, 규정을 바꿔 회장에게 6개월 치 부회장에게 5.5개월 치를 주기로 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임원 명단에서 회장직함을 맡고 있는 사람은 최태원 회장(미등기임원) 한 명이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에서 받고 있는 월급(1억6600만원)을 감안하면 그가 1년 재직할 때마다 퇴직금이 10억원씩 쌓인다.
일반 직원들은 1년을 일하면 1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임원은 다르다. 기업마다 '임원퇴직금 규정'에 따라 별도로 산출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통상 임원은 일반 직원보다 급여가 많은데 퇴직금 지급률까지 높다보니 직원과의 보수 차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워치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30대그룹(연봉공개 내역 없는 부영·대우조선해양 제외) 186개 계열사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퇴직금을 받은 총수일가는 7명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해 (주)코오롱·인더스트리·글로벌·글로텍·생명과학 5개 회사에서 총 455억7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중 410억원이 퇴직금이다.
명목상 퇴직 급여는 394억4400만원이나 소득세법상 퇴직소득 한도 규정에 따라 퇴직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 16억원이 기타근로소득으로 잡혀 실질적인 퇴직금이 410억원이다.
이 전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각각 24억원, 181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또 사내이사로 재직한 코오롱글로텍(89억8300만원), 코오롱글로벌(83억5000만원), 코오롱생명과학(32억원)에서도 수십 억대 퇴직금을 수령했다.
코오롱 측은 임원퇴직금 규정에 따라 "월 보수에 재직기간과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재직기간과 지급률 등 퇴직금 산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이 퇴직금을 받은 회사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만 지급률(1년당 월급여의 4개월 치)을 공개했다.
삼성그룹 3세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은 14년을 근무한 회사에서 퇴직금 31억2300만원을 받았다. 재직 1년당 월급여(6700만원)의 약 3.3배를 퇴직금으로 받은 것이다.
GS그룹 3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2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한 GS이피에스에서 퇴직금 3억1500만원을 받았고, GS그룹 4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도 2년간 대표이사로 일하던 GS글로벌에서 3억1500만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두 사람의 월급여(4500만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재직 1년당 월급의 3.5배를 퇴직금으로 받은 것이다.
한진그룹 3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6억6100만원, 진에어에서 5억8100만원 등 총 12억42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2015년 정기주총때 임원 퇴직금 규정을 개정, 전무급 이상에게 1년당 최대 4개월 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임원퇴직금 규정은 SK하이닉스나 대한항공처럼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제정 또는 개정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모범규정인 기업공시서식을 통해 퇴직금 산출 기준을 상세하게 밝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은 코오롱처럼 임원의 재직기간이나 퇴직금 지급률처럼 퇴직금을 산출하는데 필요한 기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LG는 충실하게 기업공시서식을 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작고한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퇴직금 201억3600만원을 지급했는데 구 회장의 퇴직금 산출에 필요한 근무기간(22년3개월)과 지급률(회장직 500%)을 정확히 공개했다.
한편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힌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받게될 퇴직금은 내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