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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말이 맞나' LG-SK 깊어지는 갈등

  • 2019.05.03(금) 16:00

LG화학 소송 제기 후 추가입장 발표…압박강도 키워
SK이노베이션도 수위 높여…"법적조치 등 강력대응"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다툼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며 확전되는 양상이다. 급기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다.

LG화학 "핵심기술 지키는 게 국익"
SK이노 "근거없이 경쟁사 깎아내려"

SK이노베이션은 3일 "경쟁사가 비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 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이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데 이어 2일 추가 입장문을 언론에 공개하자 SK이노베이션도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 제기 사실을 접한 뒤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제기"라며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해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2일 추가 입장문에서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이날 다시 SK이노베이션이 "더이상 좌시하지 않고 정면대응키로 했다"며 공개적인 맞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LG화학 "인력 빼내 영업비밀 침해"
SK이노 "모두 자발적으로 왔다"

양측은 인력 빼가기가 있었는지부터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2년새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SK이노베이션이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차전지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 주요 영업비밀이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자사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에 제출한 입사지원 서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일 뿐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것이라 모두 파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쟁사가 주장하는 형태인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LG화학 출신 경력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것 자체는 인정하나 모두 자발적으로 온 것이며 영업비밀을 빼앗은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서류./사진=LG화학 제공
"영업비밀 이용해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기술과 생산방식 달라 빼올 필요 없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빼앗아올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다"며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주요 거래처인 폭스바겐 등에서 배터리 물량을 따낸 것도 LG화학의 기술을 모방했기에 가능했다는 논리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배터리 개발기술과 생산방식이 달라 LG화학의 영업비밀이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핵심소재중 하나인 양극재의 경우 LG화학은 'NCM622(니켈 코발트 망간을 6:2:2의 비율로 섞은 것)'을 해외에서 구매해 사용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협력사와 공동 개발해 쓰고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코발트 함량을 줄인 신형 전기차 배터리(NCM811)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자사와 계약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 기선제압·인력유출 제동효과
SK이노, '낙인찍힐라' 맞대응 불가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년이 걸리는 소송이지만 양사가 첨예하게 맞붙은 건 초반부터 기싸움에 밀려선 곤란하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으로 배터리시장에서 급성장하는 SK이노베이션에 견제구를 날리고 인력유출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2016년 말 30GWh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도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훔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해 초기의 '유감표명'에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으로 수위를 높였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자칫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미국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이번에 제기한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에 기반한 미국내 수입 전면금지 요청(ITC)과 손해배상 청구소송(델라웨어)으로 이뤄져있다. ITC 판결은 ITC가 이달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LG화학은 예상하고 있다.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낸 소송은 ITC 판결 뒤에나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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